[아시아아시아인] 중국 윈난성의 ‘샹그릴라’ 개방·불평등에 도시 신음
“꽃의 도시 쿤밍이 병들고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중국 윈난성의 성도 쿤밍이 에이즈와 헤로인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9일 보도했다. 소수민족들의 독특한 생활과 산수화 같은 풍광으로 중국의 ‘샹그릴라’로 불리는 쿤밍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처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쿤밍을 포함해 윈난성에는 3만~14만명의 에이즈 환자들이 북적인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집계에 불과하다.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보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전문가들은 윈난성에만 20만명 이상의 에이즈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1990년대 초 이곳에서 중국 최초의 에이즈 환자가 발견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 속도다. 이웃 광시성과 시짱자치구(티베트)에도 30여만명의 에이즈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세 지역의 에이즈 환자가 중국 전체 에이즈 환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쿤밍이 에이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헤로인 생산지인 타이-미얀마-라오스 황금삼각지대와 가깝다는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 몰아닥친 급격한 사회변화와 만연한 불평등은 이 지역의 젊은이들을 헤로인에 빠뜨렸다. 에이즈에 무지한 이들은 주삿바늘을 돌려가며 헤로인을 맞았고, 에이즈는 급속도로 퍼져갔다. 주지안(29)은 “아무도 나에게 에이즈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우리는 주삿바늘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윈난성의 에이즈 환자들 가운데는 소수민족들이 적지 않다. 장족, 다이족, 먀오족 등 26개 소수민족은 이곳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간다. 소수민족이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하지만, 이들은 늘 중국 사회의 주류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 중국의 보건당국자들은 한어(중국어)만을 쓰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고립감은 가시지 않는다.
윈난성의 에이즈 증가세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그것처럼 가파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윈난성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엔 매매춘을 통한 에이즈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지역에선 임신한 여성의 1%가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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