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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뇌 단련엔 게임이 최고” 일본 중장년층 게임 바다에 ‘풍덩’

등록 2006-06-11 18:54

[아시아 아시아인]
“머리 쓰면 치매 막을 수 있어” 선전 먹혀
‘사용자 뇌 연령 측정’ 게임기 판매 대박
일본 중장년층 사이에 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고령자 복지시설에선 휴대용 게임기에 정신이 팔린 흰머리의 노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임소프트웨어 매장을 기웃거리는 중년들도 자주 눈에 띈다. 평소 게임과는 거리가 먼 이들 중장년층과 여성을 단박에 사로잡은 게임은 ‘뇌 단련’이라는 문구를 내건 것들이다. 나이가 들어 머리가 흐리멍텅해지거나 치매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게임들이 날개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최고 히트작은 유명 게임업체 닌텐도가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디에스(DS)용으로 내놓은 뇌 단련 게임 시리즈다. 지난해 5월 판매가 시작된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디에스 트레이닝’은 1년 만에 220만개가 팔렸다. 후속편인 ‘더욱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DS 트레이닝’은 판매속도가 더 빨라, 5개월 남짓 만에 전작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들은 닌텐도가 지난해 이후 내놓은 게임 가운데 판매량 2, 3위를 차지했다. 닌텐도의 ‘머리를 부드럽게 하는 학원’이라는 게임도 124만개가 팔려 5위에 올랐다. 얼마 전에는 요즘 한창 유행인 ‘스도쿠’ 게임도 나왔다.

이들 게임은 대부분 간단한 사칙연산과 읽기, 쓰기를 반복하면서 두뇌활동을 자극한다. 겉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뇌 연령’을 측정해 수치로 보여주는 게 인기 폭발의 비결이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젊은 사람도 뇌 연령이 60~70대로 나온다. 여기에 ‘열을 받아’ 게임을 하다 보면 뇌 연령이 조금씩 낮아지고, 그 재미로 점점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가장 좋은 단계의 뇌 연령은 20살이다. 가장 나쁜 수준은 밝히지 않는다. 닌텐도 관계자는 “대부분 사용자는 실제 나이보다 뇌 연령이 젊게 나오기만 하면 만족감을 느낀다”며 “굳이 최악의 수치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닌텐도는 뇌 연령 측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모니터 요원 200명에게 실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한 뒤, 정답률과 걸리는 시간 등을 바탕으로 뇌 연령 판정식을 만들었다.

중장년층과 여성들이 대거 게임의 바다로 뛰어들면서 게임기 판매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닌텐도 디에스 시리즈는 일본에서 출시 1년반 만에 840여만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게임기 사상 가장 빠른 판매증가 속도다. 연말까지 1천만대 판매가 예상되며, 상위 기종인 디에스 라이트는 여전히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애초 뇌 단련 열풍의 진원지는 책이었다. 주기적으로 뇌 열풍이 부는 일본 서점가에서, 2003년 11월 가와시마 류타 도호쿠대 교수(뇌과학)가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된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계산 연습〉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본격 점화됐다. 이 책은 지금까지 140만부가 팔렸다. 그의 이론이 사람들이 더욱 접하기 쉬운 게임에 접목되면서 뇌 단련 열풍이 절정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게임을 가장 먼저 상품화한 회사는 세가토이즈였다. 게임기와 소프트웨어 일체형을 만드는 이 회사는 닌텐도보다 6개월 이상 먼저 ‘뇌력트레이너’라는 게임기를 출시해 18만대 가량 팔았다. 한발 늦은 소니 또한 세가의 협력을 얻어 비슷한 내용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용 소프트웨어들을 내놓고 있다. 가정용 게임 전문잡지 〈화미쓰〉 편집장 하마무라 히로카즈는 중장년층에서 대박을 터뜨린 게임의 출현에 대해 “그냥 있으면 머리가 멍청해진다고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게임이 있다고 선전한 게 강한 호소력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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