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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아시아 아시아인] 인도판 ‘마광수 논쟁’

등록 2006-06-25 19:17

시인·소설가 강고파디아이
힌두교 여신과 키스 묘사
창작 자유 둘러싸고 논쟁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자유는 더 필요한가?”

최근 인도에서는 종교와 관련된 창작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54년 동안 250여권이 넘는 책을 쓴 인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수닐 강고파디아이(72)는 이런 ‘창작의 자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2년 전 그는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라마크리슈나의 성생활에 대한 글과 간호사들의 성생활을 묘사한 글을 발표해 반발을 샀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강고파디아이의 저작물을 실은 인도 잡지의 반입을 금지했다.

강고파디아이는 최근작 〈반감기〉를 통해, 힌두교에서 지식과 예술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사라스와티에 대해 자신이 청소년기에 느꼈던 성적 환상을 묘사했다. 그는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우상인 사라스와티 여신과 키스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도인의 다수인 힌두교 신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경찰서장 출신인 비부티 부산 난디는 그가 자신의 신앙심에 상처를 냈다며 고소했다.

지난 19일 고등법원은 난디의 고소를 기각했으나, 지역 치안법원은 강고파디아이에게 26일까지 법원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인도 일간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19일 강고파디아이의 논란을 두고 “창작의 자유가 더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다른 예술가들은 더 많은 창작의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며 “창작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신앙심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 또, “작가는 무엇이 도덕적이고 비도덕적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 부드하데브 구하도 “나는 강고파디아이의 싸구려 묘사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작가는 더 어린 세대에 본보기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 10년 전 화가 후사인도 강고파디아이와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사라스와티가 누드로 그려진 그의 그림에 대해 사람들은 비난을 퍼부었고,결국 그림은 공공장소에서 철거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다른 화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여론”이라며 “나는 종교적 암시가 있는 어떤 것도 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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