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불교 유적지 미얀마의 바간이 싸구려 놀이공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7일 “2200개의 불교사원이 자리한 바간의 문화 유적이 지난 15년 동안 군사정부의 졸속 복원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다”며 이렇게 한탄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사원에 견줄 정도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바간은 13세기엔 무려 1만3천개의 불교사원을 품고 있었다. 1975년 지진으로 많은 사원들이 파괴됐지만 지금도 유럽의 대성당에 버금가는 규모와 역사를 가진 사원과, 금박을 입힌 거대 불상을 모신 사원들이 이 소도시를 촘촘히 채우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바간은 잘 보존된 유적들과 목가적인 농촌풍경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세계적 문화 관광지였다.
하지만 88년 군사정부가 들어선 뒤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 도시를 졸속 개발하면서 문화유적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복원 작업이 유적의 원형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간의 문화재 사무소는 현재 자취만 남거나 건축물의 상당 부분이 파괴된 사원 수백개를 복원하고 있다. 하지만 복원은 사원의 담 등 잔존 유적의 일부를 완전히 허물어 버리고 그 위에 새로 구조물을 짓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800년 이상 된 사원에서 출토된 벽돌이 사원에 생긴 구멍을 메우는 데 사용되는가 하면, 13세기의 벽돌들이 새 벽돌에 입힐 갈색 페인트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화재 복원이 이처럼 진행되는 이유는 사원의 옛 모습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데다, 복원 작업이 이 방면에 전문지식이 없는 군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주변에 형태가 보존된 사원의 모습을 그대로 본따 주먹구구식으로 공사가 이뤄진다. 어떤 경우에는 돈을 기증한 유력자의 요구에 따라 새 사원의 모습이 바뀌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바간 옛 도심에 새 고고학박물관을 지으면서 12세기 바간 양식이 아니라 19세기 만달레이(미얀마 도시) 양식으로 짓는 것도 난맥상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군사 정권이 시도하는 바간의 건축붐은 이탈리아 파시스트 무솔리니 정권 시절 세웠던 기념비적인 거대 건축물들을 연상시킨다”며 “지난 15년 동안 유적들이 입은 피해는 31년 전 지진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환경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