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작가 우에세르
문화대혁명 때 티베트인 탄압
전단지 아닌 책 통해 생생히 묘사
출간 금지에도 진실찾기 계속
전단지 아닌 책 통해 생생히 묘사
출간 금지에도 진실찾기 계속
“그는 부드러움으로 중국을 위협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티베트(시짱)의 작가 웨이서(唯色·40)를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에 갇힌 티베트인들의 고민을 전단지가 아니라 책을 통해 드러내는 그의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은유다. 그는 현대적 매체를 통해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최초의 티베트인’으로 불린다.
웨이서는 티베트의 수도 라사에서 티베트인 어머니와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를 지낸 한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혈통으로 보면 반쪽 티베트인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쓰촨성의 중국인 학교를 다녀 티베트말은 하지도, 쓰지도 못한다. 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나는 어려서부터 세뇌를 받았다”고 말했다.
1990년 라사로 돌아가 출판사에서 일하던 그는 존 애버든의 〈설국으로부터의 망명〉을 읽고 충격에 빠진다. 공안당국의 눈을 피해 티베트로 밀수입된 이 책에서 중국의 티베트 탄압과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책을 믿을 수 없었던 그는 아버지에게 직접 이런 내용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70%는 맞다”고 답했다.
그는 ‘진실’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가 6년 동안 70여명의 사람들을 취재해 쓴 〈티베트의 기억〉(원제:西藏記憶)에는 300여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들 사진은 중국이 문화혁명기에 티베트를 어떻게 모독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승려들은 공포에 떨며 서 있고, 홍위병들은 그들의 얼굴에 검은색 잉크로 수염과 안경을 그려넣는다. 승려들의 머리엔 티베트어로 반동분자, 착취계급이란 글자가 새겨진 고깔모자가 씌워져 있다.
2003년 그의 또 다른 책 〈티베트 노트〉(원제:西藏筆記)가 출간됐다. 그러나 이 책은 재판이 금지된다. 출판사는 ‘심각한 정치적 실수’를 저지른 혐의로 혼쭐이 났고, 그는 티베트 문학협회에서 축출당했다. 최근엔 그가 티베트 문화에 대한 수필과 시를 올리는 블로그도 폐쇄됐다. 달라이 라마의 생일을 축하하는 시를 올리고, 칭짱철도 개통이 티베트를 여행객으로 오염시킬 것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게 화근이었다.
그러나 그런 핍박도 그의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막진 못했다. 그는 지금도 티베트 고유의 상징물로 가득찬 베이징의 한 아파트에서 묵묵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로비 바네트 콜롬비아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서 “그는 많은 티베트인들의 생각과 영감을 표현하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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