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최다 등정 기록을 가지고 있는 셰르파 아파가 19일 동료 대원과 함께 17번째 등정을 위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떠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
이번엔 짐꾼 아닌 주인공으로
16번 정상오른 아파 등 8명 함께
네팔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 정상에 오른 외국인 원정대들이 화려한 언론의 조명을 받는 동안,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그들을 안내한 진짜 주인공 셰르파들은 항상 옆으로 비켜서 있어야 했다.
이번에는 셰르파들이 주인공이 돼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경험 많고 노련한 셰르파인 아파(46)가 19일 동료 셰르파들과 함께 ‘슈퍼 셰르파 등정대’를 조직해 17번째 에베레스트산 등정길에 올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깡마른 몸에 온화한 표정의 아파는 산악인들 사이에 가장 존경받는 셰르파다. 그는 이미 16번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세계 최다 등정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여느 셰르파족들처럼 에베레스트 산악지대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등정대의 짐을 지기 시작했고, 1989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른 뒤 거의 매년 정상까지 등반했다.
그와 함께 이번 등정길에 나선 친구 라크파 겔루는 지금까지 에베레스트 정상에 12번 올랐으며, 10시간56분46초라는 최단기간 등반 기록도 가지고 있다. 슈퍼 셰르파 등정대 8명의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을 모두 합하면 46번이나 된다.
이들은 웹사이트(www.supersherpas.com)에서 “히말라야 등정에서 셰르파와 네팔인들이 진정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이번 등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들은 또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도움으로 에베레스트에 올랐지만, 셰르파의 기여는 항상 가려져 있었다”며 “베이스캠프를 오가며 자기 몸무게와 비슷한 짐을 지고 중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셰르파들은 (한번 등정할 때) 500~5000달러를 받지만, 외국인 가이드와 팀원들은 1만5000~10만달러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아파와 그의 동료들은 이번 등정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며, 벌어들인 수익금은 모두 고산지대에 사는 셰르파족 아이들을 포함해 네팔인들의 교육과 보건을 위해 쓰기로 했다.
아파는 “이번이 17번째 시도인데, 정상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번에는 외국인 고객들을 지원하는 문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슈퍼 셰르파 팀은 5월 둘째 주 무렵 정상에 오를 계획이다. 항상 남편의 위험한 등정을 걱정하며 그만두라고 말려 왔던 그의 아내도 이번에 승낙을 해줬다고 그는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셰르파족들은 16세기께부터 히말라야 산맥 자락에서 야크 유목과 장사를 하며 살아왔다. 1950년에 네팔 정부가 처음으로 관광객들에게 에베레스트를 개방하면서 이들은 등정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가이드이자 짐꾼, 등반가가 됐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