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중국 경제
[진단! 차이나 리스크] ① ‘팍스 차이나’의 그림자
미국발 금융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로 휘청이는 세계경제의 ‘구원 투수’로 중국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중국이 최근 거시경제와 주식시장 두루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발 위기’(차이나 리스크)의 국제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현지의 경제 전문가와 대표적인 기업 등을 취재해 그 불확실성과 위험의 실체를 아홉 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
중국 증시가 한 해를 마감하던 지난 12월28일 상하이 푸둥지구의 한 증권사 객장에는 200여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수한 옷차림을 한 이들은 대부분 50~60대로 보였다. 개중에는 뜨개질감을 들고 온 여성들도 적잖았다. 재빠르게 손을 놀리며 힐끔힐끔 시세판을 훔쳐보는 품이 이곳에 제법 익숙한 듯했다.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에선 연신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개방 30년 세계2위 수출국으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5261.5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6000을 돌파한 이후 조정이 이어지면서 12% 넘게 빠졌다. 그래도 2006년 말의 2675.47에 견주면 96.7%나 상승했다. 증권사 직원 다이(22)는 “어제 주가가 많이 올라 오늘 객장이 가득 찼다”며 “중국 투자자들의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가 최대 복병 2008년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꼭 30년 되는 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독일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이 됐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떠올랐다. 올해엔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경제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부격차·부동산 폭등 몸살 중국 경제의 부상은 한동안 세계경제를 편안하게 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경제의 끌차로 자리잡았다. 이는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인 ‘팍스 차이나’에 대한 경외로 이어졌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이런 호시절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제의 또다른 성장축인 미국 경제가 금융부실(서브프라임 사태)로 가라앉고 있다. 중국도 5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을 억제하느라 초조하다. 중국 경제가 과연 연착륙에 성공해 세계경제의 ‘구원 투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중국발 위기’(차이나 리스크)를 수출하는 ‘병살타’를 칠 것인가?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높은 생산성과 풍부한 노동력을 들어 경착륙 가능성을 부인한다. 리우루이 인민대 교수는 “중국의 가장 바람직한 경제 성장률은 9% 정도인데, 앞으로 2~3년 동안 이런 황금 비율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화물선을 타고 세계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 또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은 부동산값 폭등, 빈부 격차,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오량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의 대부분은 인구의 10%도 안 되는 부유층을 겨냥한 것”이라며 “부동산도 보통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팍스 차이나는 중국 안에서도 도전을 받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상하이/김경락 기자 moon@hani.co.kr
치솟는 물가가 최대 복병 2008년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꼭 30년 되는 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독일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이 됐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떠올랐다. 올해엔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경제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부격차·부동산 폭등 몸살 중국 경제의 부상은 한동안 세계경제를 편안하게 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경제의 끌차로 자리잡았다. 이는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인 ‘팍스 차이나’에 대한 경외로 이어졌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이런 호시절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제의 또다른 성장축인 미국 경제가 금융부실(서브프라임 사태)로 가라앉고 있다. 중국도 5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을 억제하느라 초조하다. 중국 경제가 과연 연착륙에 성공해 세계경제의 ‘구원 투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중국발 위기’(차이나 리스크)를 수출하는 ‘병살타’를 칠 것인가?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높은 생산성과 풍부한 노동력을 들어 경착륙 가능성을 부인한다. 리우루이 인민대 교수는 “중국의 가장 바람직한 경제 성장률은 9% 정도인데, 앞으로 2~3년 동안 이런 황금 비율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화물선을 타고 세계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 또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은 부동산값 폭등, 빈부 격차,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오량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의 대부분은 인구의 10%도 안 되는 부유층을 겨냥한 것”이라며 “부동산도 보통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팍스 차이나는 중국 안에서도 도전을 받고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상하이/김경락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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