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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1440명이 화장실 1개 사용…인도 빈민 ‘사회적 거리두기’도 어렵네

등록 2020-03-31 17:47수정 2020-04-01 02:02

인도 정부 ‘전국 봉쇄령’ 속 빈민층 고통 심화
빈민촌 인구 밀집도 높은데다 화장실 등 부족

‘하루 벌어 입에 풀칠’에 일 안 나가면 굶을 판
‘굶어죽느니 고향행’ 일용직 노동자 도시 탈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도 정부가 3주 동안 국가봉쇄령을 내린 뒤, 지방 출신 노동자들과 가족 등 수십만명이 고향으로 가기 위해 지난 28일 뉴델리 아난드 비하르 버스터미널로 몰려들면서 터미널 바깥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도 정부가 3주 동안 국가봉쇄령을 내린 뒤, 지방 출신 노동자들과 가족 등 수십만명이 고향으로 가기 위해 지난 28일 뉴델리 아난드 비하르 버스터미널로 몰려들면서 터미널 바깥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인도 뭄바이 북부 발미키 빈민촌에 사는 환경미화원 지텐데르 마헨데르(36)는 지난 이틀 동안 공용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곤 거의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조처로 정부가 지난 25일부터 전국 봉쇄령을 내린 탓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인데, 일을 하러 갈 수 없으니 수입도 없다. 그의 가족들은 화장실도 없는 비좁은 판잣집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음식으로 연명하며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버티고 있다.

인도 정부가 전국 봉쇄령을 내린 이후, 인도 전역의 빈민가 주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자택 대피를 할 수 있는 건, 그나마도 여분의 음식을 쟁여두고 첨단 인터넷 장비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나 가능한 ‘사치’다. 인도 주요 도시 인구 6분의 1을 차지하는 7400만명 빈민들에겐 사회적 거리두기가 물리적, 경제적 이유로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 등이 30일 보도했다.

마헨데르 가족만 해도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길을 낀 판자촌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이웃 20개 가구와 공용화장실 하나를 함께 쓰고 있다. 심지어 뭄바이 다라비 빈민촌의 경우, 무려 1440명 주민이 고작 1개의 공용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며, 뭄바이 공용화장실 78%가 수도시설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헨데르는 “우리(빈민촌 이웃들)는 한집에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사람이 병들면 우리 모두 병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민촌 주민들 대다수가 청소부, 건설노동자, 택시운전사 등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라는 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인도 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은 138~449루피(2244~7281원)에 불과하다. 일을 나가지 않으면 당장 굶어야 할 처지인데, 전국 봉쇄령이 시행되기 20여일 전부터 공장 가동 중단 등에 따라 임금이 끊기기 시작했다. 인도 빈민층 주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기를 무릅쓰고 일을 하러 갈 것인가, 집에서 배를 곯을 것인가’ 하는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고 <시엔엔> 방송은 전했다.

지난 주말부터 빈민가에 살던 지방 출신 일용직 노동자 수백만명의 도시 대탈출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공장 노동자 라즈니시(26)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우타르프라데시주 고향 마을까지 나흘 작정으로 250㎞를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덮치기 전에 걷다가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비비시> 방송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 어두운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받혀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는 사실 등을 전하며 그의 말이 과장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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