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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경찰 구금자 하루 5명꼴 사망…만연한 경찰폭력에 성난 인도

등록 2020-06-28 19:56수정 2020-06-29 02:45

코로나 통금 위반’ 부자 사망 계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목소리 커져
경찰 구금중 사망자 연간 1700여명
인도 경찰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도 경찰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도에는 ‘조지 플로이드’가 너무 많다. 인도도 미국처럼 수천곳에서 시위가 일어날까?”(구자라트주 지그네시 메바니 의원)

인도에서 코로나19 봉쇄령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금됐던 자영업자 아버지와 아들이 최근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도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인도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목숨을 잃은 부자의 이름을 따 ‘자야라지와 베닉스를 위한 정의’(#JusticeForJayarajandBennicks)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사탄쿨람에서 휴대전화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던 자야라지 임마누엘(59)과 베닉스 임마누엘(31) 부자는 지난 19일 코로나19 봉쇄령 조치 중 하나인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넘겨 영업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부자는 경찰서에 구금됐다가 이틀 뒤 근처 코빌파티 교도소로 옮겨졌다. 하지만 교도소 구금 하루 만인 22일 코빌파티 시립병원으로 옮겨진 아들 베닉스가 숨졌고, 이튿날 아버지 자야라지마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자야라지의 부인은 ‘남편과 아들이 경찰로부터 고문과 폭행을 당했고, 이로 인한 장출혈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힌두스탄 타임스> 등 인도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아들의 지인들 사이에선 두 사람이 경찰에 잡혀간 뒤 세 시간 동안 비명을 질렀고, 이들이 입었던 인도 전통의상 룽기가 피로 흥건히 젖은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사망자 가족들은 주 당국에 이번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은 죽음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관 4명에 대해 직무정지 조처만 취했다. 가족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주검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지역 상점들이 경찰의 폭력성에 항의해 문을 닫았고, 150여명이 참여하는 항의시위도 열렸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항의도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프리양카 초프라 조나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죄를 단죄받지 않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발리우드 배우 쿠슈부 순다르도 “이 사건이 지체되지 않고 처리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인도에서는 경찰의 과도한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인도 비정부기구 컨소시엄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경찰에 구금됐다가 숨진 이들이 1731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하루 5명꼴로 구금됐다 숨진 것이다. 인도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2018년 집계를 보면, 경찰의 폭력과 고문은 하루 평균 15건에 이르며, 재판 과정이나 경찰 구금 중에 숨진 이는 하루 9명 정도라고 <힌두스탄 타임스>가 보도했다. 위원회는 “일부 사망자의 경우 매우 늦게 공개되거나 아예 공개되지 않는다”며 경찰 구금 상태에서의 폭력이 매우 일상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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