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중국 ‘개혁실험실’ 의 지휘자

등록 2006-02-12 21:19

[아시아사람들] 리위안차오 장쑤성 서기
지난달 20일 장쑤성은 <장쑤성 직무범죄 예방공작 조례>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을 끝냈다. ‘직무범죄 예방’에 관한 조례는 중국 관료사회의 극심한 부정부패 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2001년 장쑤성 우시시에서 처음 만든 이래 대부분 성에서 채택했다. 장쑤성이 돋보이는 건 관료의 부정부패에 대한 언론의 취재 권리를 명확하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시·구이저우·헤이룽장성 등 지금까지 제정된 지방정부의 조례들은 부패에 대한 ‘여론감독’을 할 때 “법·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유보조건이 예외없이 붙어 있다. 여기서 ‘법·규정’이란 당 중앙선전부와 각급 선전부의 ‘통지’를 포함한다. 광둥성 선전시의 경우 지난해 초 언론매체에 내부 통지를 돌려 “매체의 여론감독은 먼저 선전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통고했다. 난징시 선전부도 ‘언론사 여론감독 원고 심사처리법’이란 통지를 내려 “선전부의 감독과 검열을 받지 않은 원고는 신문에 실을 수 없다”고 통고했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당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 여론면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먼저 호랑이의 서명을 받아오라고 요구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 방해 책임져야” 명문화
평소 “언론 지적 겸허히 받자”
‘사회현대화’ 과제 솔선 선언

그러나 장쑤성 조례의 초안은 “언론매체의 여론감독을 방해했을 경우 법률적 책임을 진다”(8조) “(방해 행위가) 가벼운 경우 상급기관이 비평교육과 개선명령을 내리고, 법률 위반인 경우 감찰부문이 의법처리하며, 범죄를 구성할 경우 사법기관이 형사처벌한다”(23조)고 밝혀, 언론매체의 부패 관련 취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 조례가 초안대로 통과될 경우 중국에서 처음으로 언론의 자율적 취재 권리를 보장한 법규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앞으로 중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이런 중요한 ‘개혁’이 장쑤성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경에는 리위안차오(56) 장쑤성 서기가 있다. 리커창 랴오닝성 서기, 자오러지 칭하이성 서기 등과 더불어 차세대 지도부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온 그는 평소에도 성 간부들에게 “언론의 감독기능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서기는 후진타오 주석이 공산청년단(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맡고 있던 1983년 중앙서기처 서기로 발탁돼 93년까지 10년 동안 공청단에서 일한 후진타오 ‘공청단 인맥’의 중심인물이다. 리 서기는 1944~45년 장쑤성 쑤첸에서 지하당의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해 일본군 1000여명을 살상하는 무공을 세운 리간청(1909~1993) 전 상하이시 부시장의 아들로 전형적인 ‘태자당’이기도 하다.

장쑤성은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가 새로운 개혁정책을 내놓는 ‘실험실’로 떠오르고 있다. 리 서기는 이미 2003년 ‘전면적 샤오캉사회 건설’(의식주 기본 해결)과 ‘사회현대화 추진’이라는 중국 최대의 국정과제를 장쑤성에서 솔선해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 <신경보> 편집국장 해고와 <빙점> 정간 처분 등 언론 통제가 한층 강화되는 시점에서 ‘언론 취재권’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나선 리 서기의 개혁에 대해 언론 종사자를 비롯한 중국 지식인들은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WSJ “트럼프, 불법이민자 관타나모 수용소 이송…군대 투입” 1.

WSJ “트럼프, 불법이민자 관타나모 수용소 이송…군대 투입”

트럼프 “미국이 가자지구 소유할 것”…강제 이주 또 주장 2.

트럼프 “미국이 가자지구 소유할 것”…강제 이주 또 주장

미국 “중국발 택배 취급 잠정중단”…테무 틀어막기 3.

미국 “중국발 택배 취급 잠정중단”…테무 틀어막기

트럼프 “이스라엘 땅 매우 작다”…서안지구 합병 지지 발언 4.

트럼프 “이스라엘 땅 매우 작다”…서안지구 합병 지지 발언

12시간 만에 120㎝…일본 홋카이도에 기록적 폭설 5.

12시간 만에 120㎝…일본 홋카이도에 기록적 폭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