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드 아흐마드 카엠 중국 주재 아프간 전임 대사가 지난해 12월31일 국기가 내걸린 대사관 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1월1일부로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트위터 계정 갈무리
“영예로운 임무가 끝났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국민을 대표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자비드 아흐마드 카엠 주중국 아프간 대사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사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카엠 대사가 ‘이임’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사임을 결정한 개인적인 이유도, 직업적인 이유도 많지만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다. 인수·인계 서한을 통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담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카엠 전 대사는 지난 1일부로 대사직을 사임하면서 남긴 서한에서 대사관 은행 잔고와 소속 현지인 직원 임금, 대사관이 운행하는 차량 5대 관리 문제 등 일상업무 관련 내용을 빼곡히 적어 후임자에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2일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카불 입성 이후 지금까지 급여가 전혀 지급되지 않았으며, 주중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아프간 외교관 대부분이 카엠 전 대사보다 먼저 중국을 떠났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카엠 전 대사는 지난 1일 아프간 외교부에 보낸 서한을 트위터에 공개하고, “지난 6개월 동안 카불에서 급여를 송금하지 않아,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따로 위원회를 꾸려 대응해 왔다. 1월1일 현재 대사관 계좌에는 10만달러 가량의 잔고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베이징 주재 아프간 대사관에는 외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중국인 직원 1명만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귀국 여부를 포함해 카엠 전 대사의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1월 부임한 카엠 전 대사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채 한달도 안돼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했고, 이후 외국 정부의 원조 중단 및 계좌 동결 조치가 이어지며 아프간은 심각한 경제 위기로 빨려 들었다. 카엠 전 대사와 같은 처지에 내몰린 아프간 외교관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세계 각국 주재 아프간 대사관 대부분이 주중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이전 정부가 임명한 외교관들이 남아 있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라며 “최근 이탈리아 주로마 아프간 대사관에선 해직된 외교관이 ‘자신이 후임자’라며 현직 대사를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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