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5차 유행인 한창인 홍콩 도심에서 핵산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임시검사소 앞에 기다랗게 줄을 늘어서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에서 채소값이 갑자기 치솟고 주요 수퍼마켓마다 채소 매대가 텅 비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에 따라 홍콩으로 채소를 공급하던 화물차가 출입경사무소에서 멈춰선 탓이다.
7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에서 홍콩으로 채소를 공급하던 화물트럭 수십대가 지난 주말 광둥성 선전에서 발이 묶였다. 트럭 기사 가운데 2명이 코로나19 핵산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문은 “지난 며칠 새 채소 공급량이 급격히 줄었다”며 “이에 따라 홍콩 시내 주요 수퍼마켓 상당수가 신선 채소가 모두 팔려 상품 진열대가 비었으며, 일부 마트에선 채소 값이 2배 이상 폭등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컨테이너·운송노조 관계자의 말을 따 “지난 4일 홍콩에서 선전으로 진입하던 트럭 기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출입경통제소 1곳에 문제가 생겼다”며 “해당 통제소는 방역·소독작업을 위해 여러 시간 폐쇄됐고,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5일에도 지정 호텔에서 머물고 있던 또 다른 트럭 기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지 방역 당국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채소를 실은 트럭 100여대가 출입경통제소에서 발이 묶인 상태로 알려졌다. 현지 출입경통제소 업무는 5일 밤 늦게 부분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정부 식품위생국 당국자는 “중앙정부 당국이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다루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부 기사가 지정된 호텔에서 격리된 상태”라고 전했다. 홍콩은 신선 채소 소비량의 92%를 중국 본토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 5차 확산세 속에 전날 하루 34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홍콩에선 ‘제로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본토 접경지역 차단이 지속된다면, 외부 세계로 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반면, 중국 방역당국은 ‘제로 코로나19’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우쥔요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수석 감염병 전문가는 이날치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를 통한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제로 코로나19’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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