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주석 참모가 지휘…‘황허의 요절’ 때와 달라
‘강대국의 흥성’(원제 ‘대국굴기’)은 종종 1988년 중국 <중앙텔레비전>에서 방영한 ‘황허(黃河)의 요절’과 비교된다.
“중국은 귀신을 쫓기 위해 화약을 만들었다. 그러나 서양은 그것으로 총포를 만들어 중국을 침략했다”는 도발적인 언급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나서기 위해선 ‘서양에서 배워야 한다’는 논리를 웅변했다.
‘황허의 요절’은 1960~70년대 중국에 휘몰아쳤던 문화혁명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반감을 대변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홍보하면서 ‘정치적으로 불온하다’는 메시지를 공공연히 퍼뜨렸다. 당시 이런 메시지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유력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요절’하고 말았다. 이 프로그램이 공산당의 지배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지식인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방영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1989년 천안문 학생 시위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강대국의 흥성’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중국이 발전의 기회를 틀어쥐기 위해선 이들 9개 나라의 역사를 고찰해야 한다고 갈파했고,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2003년 11월 이를 주제로 집단학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후 주석의 외교참모인 왕지쓰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이 제작을 총지휘했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흥성’을 예고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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