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공인 팡훙(46·왼쪽)
IOC 상대 지지운동 펼친 팡훙, 사마란치와 재회 예정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의 한 회사의 수리공인 팡훙(46·왼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안토니오 사마란치(오른쪽) 명예위원장을 따로 만난다. 24년 동안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인연 덕분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사마란치가 중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쉬하이펑(사격)을 시상하는 장면을 중계방송으로 본 팡훙은 ‘나도 사마란치가 상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비웃었지만, 팡훙은 영어사전을 찾아가며 사마란치에게 편지를 썼다.
일주일이 걸려 완성한 편지에서 팡훙은 사마란치에게 “직접 상을 주시는 걸 보고 감동받았다. 별첨한 기념봉투에 사인 하나만 해주시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석달 뒤 사마란치가 직접 서명한 봉투가 도착했다. 그뒤 우표 수집이 취미인 팡훙은 사마란치와 종종 편지를 주고받았다.
용기를 얻은 팡훙은 91년부터 세계 몇십개 나라 올림픽 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베이징이 2000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임기 안에 중국의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고 싶어했던 사마란치말고는 아무도 답장하지 않았다. 당시 베이징은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
이에 굴하지 않은 팡훙은 99년부터 200여개 국제올림픽위원회 회원국 모두에게 자비로 구입한 엽서와 사진 등을 담은 편지 7000여통을 보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지지를 호소했다. 반응은 좋았다. 각국 위원회 관계자들은 엽서에 서명을 하거나 관인을 찍어 답장했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은 20일 팡훙의 사연을 소개하며, 그의 편지들을 계기로 각국 올림픽 위원회가 베이징 올림픽을 기대하는 중국 민중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팡훙은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올림픽 기념품 전시회에 자신이 수집한 물건들을 전시품으로 내놓았다. 사마란치가 이 전시회에 모습을 보이면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당시 사마란치는 그를 호텔방으로 불러 대화를 나눴다.(사진) 다른 도시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한 팡훙은 유명세를 얻어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됐다. 현재 팡훙은 부인과 함께 베이징에 와 있다. 올림픽 폐막 뒤로 예정된 ‘오랜 친구’ 사마란치 명예위원장과의 만남에 부부는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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