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변화하는 중국, 중국이 바꾸는 세계
① 충칭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2777> 뉴욕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③ 홋카이도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④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3부: 중국굴기와 한국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1부. 변화하는 중국, 중국이 바꾸는 세계
② 뉴욕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1부. 변화하는 중국, 중국이 바꾸는 세계
② 뉴욕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중 IT제품 등 실은 컨테이너, 뉴저지항에 산더미
미에 수출 넘어 기업 현지공장·M&A로 급속 확대
“올해 중국의 외국투자, 외국의 중국투자 넘을 것” 크리스마스 직전인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뉴저지주 뉴어크항 제2터미널은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이 항만은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다. 부두 한쪽 면에만 길이 300m가 넘는 초대형 선박 4대가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화물 선박이 부두에 들어오면 거대한 크레인이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들어 내린다. 곧바로 이를 싣고 미 전역으로 출발할 화물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 너머에는 철로도 연결돼 있어 부두에서 미 구석구석까지 컨테이너들이 운송된다.
너른 항만에 컨테이너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늘을 덮었는데, 녹색 바탕의 ‘차이나 시핑’ 컨테이너가 태산처럼 높다랗다. 차이나 시핑 외에 ‘카스코’, ‘하이난 시핑’ 등 3개 중국 해운사가 이 항만의 주요 고객이고, 한국의 한진, 현대를 비롯해 싱가포르·대만·홍콩·일본의 대형 해운사 대부분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 상품을 잔뜩 싣고 와 매일 이 뉴어크 항만에 부린다.
2터미널에 들어오는 중국발 컨테이너는 연간 400만개다. 뉴욕·뉴저지항엔 이런 터미널이 6개 있고, 뉴욕·뉴저지항은 로스앤젤레스, 롱비치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큰 항만인 걸 감안하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동량은 어마어마하다. 뉴욕·뉴저지항 운영사인 ‘포트 아메리카’의 홍보실장인 로버트 라무라는 “10년 전만 해도 유럽이 최대 고객이었지만 2002년을 기점으로 중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02년 뉴어크항의 중국 제품은 전체의 10% 남짓이었으나, 이젠 컨테이너의 절반이 중국산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품목도 장난감, 의류에서 컴퓨터, 휴대전화 등 첨단기술 쪽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저가 생산품 수출에서 벗어나, 미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직접 진출 전략으로 중심축을 바꿔가고 있다. 1984년 중국 칭다오에서 창립한 전자제품 회사인 하이얼의 해외 13개국 생산공장 중 한곳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캠던 공장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냉장고는 미국시장의 20%를 차지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이 공장의 앞 도로에 ‘하이얼로’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중국의 컴퓨터 조립회사로 출발한 레노버는 2004년 미 아이비엠(IBM) 피시(PC) 사업본부를 인수해 단숨에 미국시장에 우뚝 섰다. 인수 첫해 6.9%였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0.4%가 됐다. 피터 호텐시어스 레노버 싱크패드제품그룹 수석부사장은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레노버는 이제 컴퓨터뿐 아니라 콘텐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상품에 이어 이젠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쏟아지는 시대다. 지난 20년간 제너럴모터스(GM) 등 미 기업들이 값싼 임금과 시장을 찾아 중국으로 진출했다면, 이젠 거꾸로 중국 기업들이 수입규제를 피하고, 시장확대를 위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중 철강분쟁 와중에 톈진파이프 등 중국 철강회사들은 올해 미시시피, 텍사스주 등에 현지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 지난 11월 중국 자동차부품회사인 퍼시픽센추리 모터스는 미시간주의 지엠 부품회사를 인수했고,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중국의 선텍파워홀딩스는 지난해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건립했다. 오는 19일 미국을 방문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에 진출한 중국 자동차부품 회사인 완샹 아메리카, 엘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5년까진 외국기업이 중국에 7달러를 투자할 때, 중국 기업은 외국에 1달러를 투자했다. 통화기금은 “2011년 처음으로 중국기업이 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외국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유학생들도 미국으로 쏟아지고 있다. 중국은 1978년 해외로 유학생을 보낸 이래, 지난해 인도를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낸 나라가 됐다. 미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09~2010학년도에 학부와 대학원을 포함한 중국인 유학생은 12만7628명으로 미 대학 전체 외국인 학생의 19%를 차지했다. 상당수는 이공계 쪽에 집중돼 있고, 박사학위를 받는 중국인 유학생의 90%가 미국에 남는다. 이에 따라 미 이공계 연구소는 점점 중국인과 인도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앞으로 컴퓨터, 통신 등 미 과학기술은 중국인들에 의해 발전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최근에는 대학뿐 아니라 미 사립 중·고교에도 중국 학생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값비싼 사립 중·고교의 학생 수가 줄자, 학교들이 중국 조기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메인주의 스턴스 고등학교는 지난해 10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4개 도시를 방문해 학부모들을 상대로 입시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아빠는 중국 회사에 다니고, 아이는 중국 친구와 학교를 다니는 일이 미국에서 낯설지 않은 시대가 이미 왔다. 뉴욕 뉴어크/글·사진 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미에 수출 넘어 기업 현지공장·M&A로 급속 확대
“올해 중국의 외국투자, 외국의 중국투자 넘을 것” 크리스마스 직전인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뉴저지주 뉴어크항 제2터미널은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이 항만은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다. 부두 한쪽 면에만 길이 300m가 넘는 초대형 선박 4대가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화물 선박이 부두에 들어오면 거대한 크레인이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들어 내린다. 곧바로 이를 싣고 미 전역으로 출발할 화물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 너머에는 철로도 연결돼 있어 부두에서 미 구석구석까지 컨테이너들이 운송된다.
미국 전역으로 보내질 컨테이너들이 뉴저지주 뉴어크항에 쌓여있다. 중국 해운사인 ‘차이나 쉬핑’의 컨테이너가 항만에 가득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5년까진 외국기업이 중국에 7달러를 투자할 때, 중국 기업은 외국에 1달러를 투자했다. 통화기금은 “2011년 처음으로 중국기업이 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외국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유학생들도 미국으로 쏟아지고 있다. 중국은 1978년 해외로 유학생을 보낸 이래, 지난해 인도를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낸 나라가 됐다. 미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09~2010학년도에 학부와 대학원을 포함한 중국인 유학생은 12만7628명으로 미 대학 전체 외국인 학생의 19%를 차지했다. 상당수는 이공계 쪽에 집중돼 있고, 박사학위를 받는 중국인 유학생의 90%가 미국에 남는다. 이에 따라 미 이공계 연구소는 점점 중국인과 인도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앞으로 컴퓨터, 통신 등 미 과학기술은 중국인들에 의해 발전되는 시대가 오게 된다. 최근에는 대학뿐 아니라 미 사립 중·고교에도 중국 학생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값비싼 사립 중·고교의 학생 수가 줄자, 학교들이 중국 조기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메인주의 스턴스 고등학교는 지난해 10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4개 도시를 방문해 학부모들을 상대로 입시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아빠는 중국 회사에 다니고, 아이는 중국 친구와 학교를 다니는 일이 미국에서 낯설지 않은 시대가 이미 왔다. 뉴욕 뉴어크/글·사진 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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