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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차이나 머니 발판 ‘세계의 중심’으로

등록 2011-02-09 19:52수정 2011-02-10 08:27

주요국 무역액에서 중국의 비중
주요국 무역액에서 중국의 비중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⑦신조공질서
중국적 세계 질서 청사진 미흡…전 세계 불안과 촉각

투자국 수단 ‘남부 독립’, 이권 유지-불간섭 시험대 될듯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분리독립을 앞두고 중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1990년대부터 수단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이 나라의 최대 투자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수단 석유산업의 40% 정도를 장악하고 있으며, 수단이 수출하는 석유의 60%가 중국으로 향한다. 수단의 정유소와 원유 수출터미널, 유전지대에서 석유 수출항까지 이어지는 1500㎞ 송유관도 중국이 건설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투표를 통과한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중국이 석유 이권을 유지하려면 남부 수단의 새 독립정부와 관계 개선을 해야 할 처지다. 수단 석유 매장량의 약 80%를 가진 남부 수단은 적대세력인 북부 수단 정부를 지원해온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베이징에서 수천㎞ 떨어진 아프리카 수단의 분리독립 문제가 올해 중국 외교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은 최근 중국이 얼마나 급격히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다. ‘차이나 머니 외교’는 전세계 질서를 바꿔왔다. 중국은 2010년 말 2조9000억달러에 달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원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사주는 ‘큰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9~2010년 중국이 수출입은행과 중국개발은행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출해준 돈이 1100억달러로 세계은행의 대출 1003억달러보다도 많다고 분석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순방 때마다 선물보따리 외교를 펼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남짓 동안 지도자들의 해외순방에서 체결한 경제협력은 1553억달러에 이른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미국 방문 동안 450억달러의 경제협력 선물보따리를 미국 기업들에 안긴 것은 대표적이다. 후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리커창 부총리는 지난해 프랑스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각각 30억~281억달러 상당의 계약들을 체결했다. 재정위기에 처한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에는 국채매입이라는 절실한 선물을 안겼다. 동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왔던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유럽 주요국가들로 확대된 것이다.

14개국과 2만2000㎞에 걸쳐 육상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은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들을 ‘팍스 시니카’의 질서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남부 윈난성 쿤밍에서 베트남·라오스·타이·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로 연결되는 5500㎞의 고속철도가 건설되고 있다. 타이 방콕에서는 중국 무역업자 7만여명이 활동할 70만㎡의 규모의 중국 제품 수출기지인 ‘차이나 시티’ 건설 공사가 1월18일 시작됐다고 <차이나 데일리>가 보도했다. 2010년 발효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를 하나의 틀로 엮고 있다.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의류, 전자제품 등을 가득 실은 트럭들의 카라반 행렬이 키르기스스탄의 초원지대부터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등 고대도시까지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고 최근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무역량은 1992년 5억2700만달러에서 2009년 259억달러로 급증했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중앙아시아 곳곳에 송유관, 가스관, 철도, 고속도로를 건설하며 종횡무진 진출중이고, 중국이 개발한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와 카자흐스탄의 석유가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거쳐 공급된다.

바야흐로 중국의 경제적 우위를 중심으로 현대판 ‘신조공질서’가 형성될 조짐마저 보인다. 중국 정부는 중국이 제국이 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외국의 정치에 힘을 행사하려는 뜻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상보다는 이익이 강대국의 외교정책을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전세계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투자처에서 중요한 사건이 벌어질 때 중립을 지키기가 힘들어지고, 점점 더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력에 맞게 빠르게 영향권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외교는 많은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해군력을 기존의 영향권인 대만 해역을 넘어 서태평양 쪽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보였고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아울러 중국군이 스텔스 전투기와 항공모함 개발 등 군사 현대화를 빠르게 추진하는 모습도 경계감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전세계를 향해 부강해진 자국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소프트파워 전략에도 큰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체제인사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공격적으로 비난하고, 관련 소식들을 검열·차단하고, 타국 외교관들이 시상식에 불참할 것을 압박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전세계는 미래의 ‘중국적 세계질서’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중국이 경제력을 뛰어넘어 정치·외교·문화를 아우르는 대안적 ‘베이징 컨센서스’ ‘중국의 길’을 제시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도 먼 길을 남겨두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도광양회·중국굴기는 지금 ‘내부 경쟁’ 중

공식 외교정책 “내부 문제 역량 집중…패권 추구 안해”

물밑선 기관별 딴 목소리…군부 강경노선 주요 변수로

‘평화적 발전’과 ‘힘의 외교’ 사이에서 중국 외교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중국 외교의 막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외교정책 결정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앙외사영도소조에서 결정해 일사불란하게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강해진 국력에 걸맞은 외교 방향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쟁의 흔적이 외부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중국의 공식적 외교정책은 중국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잡한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도록 안정적인 외부환경을 유지하고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제시했던 ‘도광양회’(힘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쌓는다) 정책이다.

하지만 물밑에선 각종 외교 사안에 대해 외교부, 상무부, 국가안정부, 재정부, 발전개혁위원회, 공산당 대외연락부, 군부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1999년 이후 2000억달러 이상을 국외에 투자한 대형 국유기업들의 발언권도 강해지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중국 외교정책에 대한 권위가 파편화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중국 내 여러 기관들마다 (외교 문제에) 발언권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섐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중국 내부의 외교정책 논쟁에는 중화주의에 기반한 강력한 민족주의부터 현실주의, 대국외교, 아시아 제1 외교, 선택적 다자주의, 글로벌리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지난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중-일 갈등, 한반도 문제 등에서 드러났듯 군부의 목소리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군부는 군사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중국이 자국의 이익에 대해 좀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량광례 국방부장은 지난해 12월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으로선 기회와 도전이 많은 시기이며 국방 건설을 촉진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런 강경한 목소리를 중국 외교의 중심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 외교의 실무 사령탑인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지난해 12월6일 발표한 ‘평화적 발전 노선을 견지하자’라는 글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도광양회’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중국 지도부 내에서 강경한 외교가 주변 국가들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등 역효과가 컸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세계 양대강국(G2)으로 올라선 중국 스스로도 국제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정하지 못했다. 중국 내부의 서로 다른 주장들의 경쟁이 중국의 외교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며,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외부가 대응하느냐 또한 중요한 변수다. ‘중국 굴기’와 국제사회의 관계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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