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응
일 아베 “신속히 신뢰괸계 구축”
중 시진핑 “양국 관계 매우 중시”
극우정당·러시아는 당선 반겨
푸틴 “미국과 건설적 대화 기대”
일 아베 “신속히 신뢰괸계 구축”
중 시진핑 “양국 관계 매우 중시”
극우정당·러시아는 당선 반겨
푸틴 “미국과 건설적 대화 기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전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의 동맹국인 독일과 프랑스 등은 당혹스러움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내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바랐던 일본 정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가장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 곳은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거부감을 보여왔던 독일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9일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 유럽연합 외무장관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긴급회의는 정례 외무장관 회의 전날인 11일 개최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의 난민 수용을 이끌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당선을 축하한다면서도 “미국 민주주의는 오래되고 영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가 있다. 선거 운동은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었다”며 에둘러 우려감을 표현했다. 독일 정치권 인사들은 직접적으로 충격을 표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은 “세계가 끝장나진 않지만 더 미쳐갈 것이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트럼프는 새로운 권위주의와 국수주의 국제 운동의 선구”라고 비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당선자에게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면서도 “이번 미국 대선으로 앞으로 불확실성의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는 미국의 새 행정부와 국제 문제에 대해 방심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화하겠다”며 “유럽의 가치와 이해가 도전받을 때 유럽의 정책을 증진할 수 있는 단결된 유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 대선 기간 인종·여성 차별적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에 대해 “그의 과도한 언행들은 심지어 미국인들마저 구역질 나게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엘리제궁은 올랑드 대통령이 축하 성명을 발표하기 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미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현지 라디오 방송은 전했다. 미 대선 전날 엘리제궁 비서관들이 올랑드 대통령이 클린턴에게 보낼 당선 축하 편지만 준비하고 트럼프에 보낼 당선 축하 편지는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프랑스2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충격도 크다. 일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아시아 중시 전략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틀 아래서 2014~2015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 관련법을 정비했다. 일본은 국무장관 시절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처음 내걸었던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외교·안보정책의 기본 노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런 일본 정부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듯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후보는 배제한 채 클린턴 후보와만 개별 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이 결정된 뒤 총리관저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신속히 새 정권과 신뢰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주 가와이 가쓰유키 총리 보좌관을 워싱턴에 파견해 트럼프 당선자 쪽과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당선자에게 축하전문을 보내 “최대 개발도상국과 최대 강대국인 중·미 양국이 전세계 양대 경제체제로서 세계평화·안정을 유지하고 지구적 발전·번영을 촉진할 중요 책임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광범위한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나는 중-미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당선자와 함께 이런 노력을 해나갈 것을 기대하며 서로 충돌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의 당선을 기대했던 극우파와 러시아는 트럼프 당선을 환영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대표인 마린 르펜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그리고 자유 미국 국민 축하”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 경제제재를 당해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텔레그램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미-러 관계를 위기 이전 관계로 되돌리자”며 “양국 건설적 대화를 기대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베이징 도쿄/김외현 길윤형 특파원, 조기원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