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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특파원 칼럼] ‘중국판 햇볕정책’의 종말을 바라보며 / 김외현

등록 2017-03-16 18:35수정 2017-03-16 20:52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지난 4~5년 시진핑 시대 중국이 한국을 대한 태도는 ‘중국판 햇볕정책’이 아니었을까. 국제사회에서 G2 대접을 받으며 스스로의 힘을 확인한 중국이, 한국에 이것저것 줘보고 살살 달래도 보며, 으레 그 환한 낯으로 ‘얘가 어디까지 오려나’ 하며 한껏 끌어당겨본 시기 아니었을까.

5년 전 베이징의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에 차기 집권자로 내정된 시진핑이 ‘깜짝’ 참석한 것을 필두로 놀라운 일이 많았다. 서울과 제주엔 수많은 중국 관광객이 늘었다. 중국에선 한국 영화·방송물이 뜨거운 인기몰이를 이어갔고, 한국과 한국인,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이 치솟았다.

하지만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결정한 건, 중국판 햇볕정책의 실패였다.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다. 그동안 안 된다, 싫다, 하지 마라 입이 닳도록 외쳤으니, 지금은 중국도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올해 수교 25돌 행사는 정상급 초청은커녕, 개최나 할 수 있을까? ‘유커 붐’도, 중국 내 한류도 조만간 옛날이야기가 될 것 같다.

햇볕정책이 실패한 자리에, 강풍정책이 들어서는 건 낯설지 않다. 한국이 대중무역에서 돈 벌면서 중국을 위협할 무기를 들여온다는 중국 보수의 논리는, 북한이 남북경협에서 돈 벌면서 남한 위협할 무기를 산다고 비난하던 남한 보수와 무척 닮았다. 다만, 당장 교역 규모만 따지더라도 당시 북한의 남한 의존도보다는 오늘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도 아픔도 클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한대 맞을 차례다. 부당해도 어쩔 수 없다. 나중은 차치하더라도 이 단계를 마무리지으려면 한대는 맞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벌써 맞았다고? 아프다고? 맞다. 특히 국내의 중국 관련 산업 종사자들, 이곳에 사는 수십만 교민들(한인회 추산 80만, 정부자료 기준 37만명), 모두 타격이 크다. 또 2012년 대규모 반일시위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봐 불안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근래 국내 일각에선,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듯,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변화’를 하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필요 없다, 인도로 가자, 동남아로 가자 하며 신이 났다. ‘안보 다변화’는 꿈에도 생각 않을 사람들이, 이런 말은 참 쉽게도 한다. 중국 사업이 사리판단이 모자란 결정이었나? ‘저들’도 오래지 않은 과거에 중국이 뜬다며 등 떠밀지는 않았던가? 우린 별문제 없다는 저들의 한가함 탓인지, 한국을 한대 패야 한다는 중국 내 정서도 가라앉지 않는다.

2012년 공격 대상이었던 일제차의 소유자나 일본 식당의 주인들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는 중국 영토”라는 표어를 내걸고 흥분한 중국인 시위대의 ‘자비’를 호소했다. 어떤 일본인들은 한국인인 척 신분을 숨기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중국에 사는, 또 중국을 오가는 한국인들도 복안을 마련해야 할지 모른다. 명함에 ‘사드 반대’를 새길까? 위기에 몰리면, 한국 불매운동 동영상에서처럼 ‘마오 주석 만세’라고 할까? 아니, 요즘 유행에 맞춰 ‘시다다(시진핑 주석 애칭) 만세’라고 외칠까? 중국인과 사드 시비가 붙으면 죄다 박근혜 때문이라고, 그래서 쫓아냈다고 하면, 혹시 그들이 좀 누그러지진 않을까?

누워서 침 뱉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게 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베이징 한국대사관 수뇌부도 ‘다변화’를 언급하는 마당에 더 말해서 뭣하랴. 강풍을 고스란히 개인들더러 견뎌보라는 거라면, 우리 모두 어떻게든 살아남아 좋은 시절이 다시 오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엄살이라 비난받더라도,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 조금이라도 살살 맞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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