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방역 당국이 우한시를 중심으로 체육관·전시장 등 대형 실내 공간이 있는 건물을 확보해 야전병원 성격의 임시 병동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4일 우한시 훙산체육관에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간이 침대가 놓여 있다. 우한/신화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방역 당국이 경미한 증세를 보이는 확진자 수용을 위한 대대적인 임시 병동 확보에 나섰다. 급격한 감염증 확산으로 의료시설이 포화 상태에 빠지면서, 그간 사실상 방치돼온 경증 환자까지 격리 치료해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5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집계 결과,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에만 3887명이 늘어나 모두 2만4324명까지 폭증했다. 하루 새 65명이 숨지면서 사망자도 490명으로 늘었다. 후베이성에선 전날만 신규 확진자가 3156명 늘었다. 발병 이후 하루 최대 규모다. 신규 사망자 65명도 모두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우한(8351명)을 비롯해 황강(1645명)·샤오간(1462명) 등 3개 도시에서 전국 확진자의 절반에 이르는 1만1464명이 집중됐다.
후베이성 방역 당국은 우한시를 중심으로 체육관·전시장 등 대형 실내 공간이 있는 건물을 확보해 야전병원 성격의 임시 병동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일간지 <신경보> 등은 5일 “우한시 쪽은 훙산체육관과 우한국제전시장, 우한체육관 등 11개 장소를 새로 단장해 모두 1만여 병상을 확보했다”며 “필요에 따라 대형 창고 등 공공건물을 추가로 확보해 임시 병상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한시와 후베이성이 임시 병동 마련에 적극 나선 것은 병상 부족으로 경증 확진자 대부분이 ‘가택 격리’되거나, 주거지 주변을 제한 없이 이동하면서 감염증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우한 현지를 둘러본 왕천 중국 의학과학원 원장은 5일 <신화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임시 병동 확보는 분수령에 접어든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라며 “경증 환자 전원을 격리 치료하게 되면 새 감염원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에 한해 격리 조치할 예정이어서 임시 병동 내 교차감염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저장·광둥성에서 확진자가 900명에 육박하고, 허난성과 후난성도 각각 확진자가 700명대와 600명대에 접어들었다. 안후이·장시성에서 500명대, 충칭시와 장쑤성에서 300명대 확진자가 나왔다. 후베이성 이외 중국 본토 지역의 확진자 규모는 7646명까지 늘었다.
이미 우한에 한두 차례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 수백명을 데려간 영국과 프랑스는 아직 남아 있는 후베이성 체류 자국민들을 태워 올 추가 전세기 운항을 계획하고 있으며, 중국 전역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영국 외무성은 중국 정부가 여행·이동 제한 조처를 확대하고 있어 “조만간 몇 주 안에 중국 바깥으로 나오는 민간 항공편을 타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지금 중국에 있는 사람은 떠날 수 있다면 철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프랑스 정부도 이날 “중국 여행을 하지 말라”면서 중국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들은 되도록 귀국하라고 종용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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