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국 청두 시내의 한 구급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들것에 실려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2명이 발생한 홍콩의 10층 이상짜리 한 아파트 거주자 100여명이 각 층 집안에 연결된 욕실 통풍 배관을 타고 바이러스가 전파·감염됐을 우려가 나오면서 한꺼번에 집단 대피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 칭이 섬에 있는 청홍 주택단지의 홍 메이 하우스 3층에 살고 있던 62살 여성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로 확인됐다. 홍콩 내 42번째 확진자다. 같은 아파트 13층에 살고 있던 한 남자는 홍콩의 12번째 확진자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같은 아파트에서 10층 아래 살고 있던 입주민이 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대 우엔 쿽융 교수(미생물학)는 아파트 각 가구의 욕실을 연결하는 통풍 배기관이 제대로 밀봉·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배설물을 매개체로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이러스가 배설물에 섞인 채로 다른 층 욕실의 배출 환기통을 통해 퍼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자기 집 욕실 안에 들어가 배출 환기통을 가동시킬 때 변기 배출장치 속에 있던 공기가 통풍구 파이프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택단지 사례는, 2003년 홍콩 ‘사스’ 사태 때 집단 감염자 300여명이 발생했던 중산층 개인주택 단지 ‘아모이 가든’ 사례와는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엔 교수는 확진자들이 살고 있던 두 집과 욕실 배관 파이프가 공동으로 연결된 35가구 입주민 100여명에게 “파이프 배관을 통한 감염이 우려된다”며 집단 대피를 권고했고, 주민들은 즉각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에 밤새 대피한 뒤 검진 방역조처를 받았다. 우엔 교수는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운반·전파될 가능성을 우려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4일간 격리될 예정이다.
이 건물에는 역학 조사관들이 즉시 투입됐다. 홍콩 위생보호센터장 옹 카힝 박사는 “이번 집단 대피는 안전예방 조처”라면서 “우리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달 경로들에 대해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관들이 집안 파이프라인을 점검해 정돈하고 난 후에야 주민들은 집으로 복귀하게 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번 집단대피 주민을 110명으로 추산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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