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이 19일 런던 외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외무부 장관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입성 때까지도 그리스 휴양지에 머물며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은 라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8일(현지시각) 도미닉 라브 외무부 장관이 그리스 크레타섬의 5성급 리조트에서 유유히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진과 함께 관련 문제를 보도했다. <데일리 메일>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하기 이틀 전인 지난 13일, 외무부 고위 관리들이 라브 장관에게 한티프 아트마르 아프간 외무장관과 즉시 외무장관간 전화 협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주둔 영국군 통역으로 일했던 아프간인들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외무부 고위 관리들은 중요한 전화이니 부장관이 아니라 라브 장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휴가차 크레타섬 리조트에 있던 라브 장관은 “나는 할 수 없으니 골드스미스 부장관에게 요청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골드스미스 외무부 부장관이 아프간 외무장관과 통화를 하려 했으나 아프간 외무부가 ‘격’이 맞지 않는다고 난색을 표했다. 전화 통화는 하루 정도 늦어졌다. 라브 장관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15일에도 크레타섬 리조트에서 목격됐고, 이날 오후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19일 <가디언>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영국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라브 장관이 일주일 이상 “기본적으로 어떤 것에도 접촉하기를 거부했다”며 대신 “모든 것을 골드스미스 부장관에게 가져가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리사 낸디 의원은 라브 장관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라브 장관이 사임하지 않으면 (보리스 존슨) 총리가 해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내각의 동료인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은 “당시 아프간 외무장관과 통화를 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라며 라브 장관을 감쌌다. 그러나 여당인 보수당 의원 중에서도 휴가를 단축하고 더 일찍 돌아오지 않은 것은 라브 장관의 큰 실수였다며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라브 장관은 19일 사임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니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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