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선수들이 지난달 1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유럽축구챔피언십(유로 2020)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승부차기 끝에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는 우려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거 확산한 ‘슈퍼 전파행사’였다.
영국 정부는 21일(현지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유로 2020 결승전과 준결승 두 경기 관람객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5천명 넘게 나왔다고 밝혔다.
7월11일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결승전에선 관람객 약 6만4천명 중 2295명이 이미 감염된 상태로 경기장에 들어갔고, 3404명은 경기 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앞서 열린 잉글랜드와 덴마크의 준결승에선 비슷한 규모의 관람객 중 375명이 감염된 상태로 경기장에 들어갔고, 2092명이 경기 중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중 대규모 행사 개최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37개 스포츠 경기 등을 대상으로 운영한 이벤트 연구 프로그램(ERP)의 결과다.
연구진은 국민보건서비스(NHS) 검사·추적(Test and Trace) 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해서 경기 후 2일 이내 확진 시엔 기존에 감염된 상태로, 3∼7일 이내 확진 시엔 행사장에서 감염된 것으로 봤다. 다른 행사에선 코로나19 감염이 훨씬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주간 개최된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관람객 30만명 중 299명은 이미 감염된 상태였고, 582명이 행사 중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 관계자는 유로 2020과 잉글랜드의 결승 진출이 공중보건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로 2020은 잉글랜드가 55년 만에 결승에 가는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밀접접촉이 있을 때 바이러스가 쉽게 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올리버 다우든 문화장관은 “대규모 스포츠·문화 행사를 안전하게 치를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붐비는 환경에서는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우든 장관은 “이번 겨울에 축구 경기와 공연 등을 계속 개최할 수 있도록 팬들은 백신을 맞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실제 경기장에 간 관람객만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유로2020과 관련된 확진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는 6월 잉글랜드와 유로 경기 관련 확진자가 1991명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런던 응원단 중에서는 1294명이 확진됐다. 이 중 웸블리 관람객은 397명이었는데, 당시 스코틀랜드 쪽에 할당된 입장권은 2600장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