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독일 브레멘 쇼핑가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브레멘/EPA 연합뉴스
독일 헌법재판소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환자 치료 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장애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데페아>(DPA) 통신은 독일 헌법재판소가 28일(현지시각) 의회가 펜데믹 상황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 하는 규정을 “지체 없이” 만들라는 판결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헌재는 지난 16일 의회가 관련법을 만들지 않아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독일 기본법(헌법)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위헌 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독일 등에선 의료 자원이 극단적으로 부족할 경우 중환자실 배정 등의 의료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두고 윤리적 논란이 진행 중이다. 장애나 기저질환이 있는 원고 9명은 지난해 의료 자원이 극히 부족해지면 자신들이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치료 순위가 밀리는 것 아니냐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었다. 독일 응급의료 기관 협회 등이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독일에선 생존확률을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인 ‘중증도 분류’(triage)를 주요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해왔다.
독일은 지금까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며 중환자 치료를 뒤로 미루거나 포기하는 극단적 ‘의료 붕괴’ 상황으로 몰린 적은 없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확산되며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질병관리청 격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에 따르면 28일 독일 내 코로나19 감염자 숫자는 2만1080명이었다.
원고 중 한 명이자 장애인이며 독일 서부 트리어시의 판사이기도 한 난시 포저는 이번 판결이 공개된 뒤 통신에 “의원들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르코 부시만 법무장관은 정부가 신속하게 관련 법률 초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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