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이 열린 3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친러시아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 동유럽의 또 다른 친러 성향 지도자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재선도 확실시된다.
4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개표율 98% 기준으로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피데스’(청년민주연맹)가 53.1% 득표율을 기록해 6개 야당의 연합체인 ‘헝가리 연합’(35%)에 큰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피데스는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 135석을 차지하고, 오르반 총리는 4년 더 집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르반 총리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총리에 오른 적이 있고 2010년부터 줄곧 집권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4일 지자자들에게 “달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이겼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 쟁점 중 하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월 초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 이런 행보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뿐 아니라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오르반 총리는 침공 자체는 비판하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도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우크라이나군에 지원되는 무기가 헝가리 영토를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도 반대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전쟁에 대해 “이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다.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집권하면 헝가리가 전쟁에 말려들 수 있다며, 오히려 이번 전쟁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야당을 지지하는 팸플릿을 돌리던 케빈 마르틴 예네이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정부는 좌파가 전쟁에 참가하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오르반 총리의 언행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일 “푸틴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유럽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며 비판했다. 오르반 총리 역시 3일 승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자신에 대한 반대파로 꼽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3일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대선 결과에서 자신의 승리가 예상되자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에서도 러시아와 친밀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임기 5년 대통령에 재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입소스 등 여론조사 기관은 3일 치러진 대선에서 부치치 대통령 득표율이 60%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르비아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결선투표를 하게 되어 있는데,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갈리는 낙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르비아 국민에게 매우 감사한다”며 일찌감치 승리 선언을 했다.
같은 날 열린 총선에서도 집권 세르비아진보당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부치치 정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의 대러시아 비난 결의에는 찬성표를 던졌으나 대러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선거에서 미치는 영향은 매우 컸다”며 “우리는 유럽인, 러시아인,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정책, 즉 군사적 중립을 유지할 것이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우호적이고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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