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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고향에 돌아왔지만…집이 없어져 기차에 삽니다 [영상: 우크라 현지]

등록 2022-06-19 18:00수정 2022-06-20 18:13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14)
러군 공격 받은 키이우 외곽도시 현장 르포
재건 사업 1순위는 시민들 ‘보금자리’ 마련
러-우크라 격전지 이르핀, 기차 활용한 주택 공급
모듈러 하우스 등 지원하지만 겨울 버티기 역부족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집이 무너진 우크라이나 드미트리우카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각) 키이우 지역 군사 당국이 주관하는 개별 거주지 재건 프로젝트의 하나로 집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3월 이지움 지역에서 사망한 군인의 집으로, 유족의 거처 마련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 18일(현지시각) 오후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이르핀의 주택가 모습. 이곳은 지난 3월2일과 6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러군의 공격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드미트리우카·이르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집이 무너진 우크라이나 드미트리우카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각) 키이우 지역 군사 당국이 주관하는 개별 거주지 재건 프로젝트의 하나로 집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3월 이지움 지역에서 사망한 군인의 집으로, 유족의 거처 마련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 18일(현지시각) 오후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이르핀의 주택가 모습. 이곳은 지난 3월2일과 6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러군의 공격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드미트리우카·이르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러시아군이 산산조각낸 도시를 재건하는 일은 키이우 북서쪽 외곽 도시들의 1순위 과제다. 혹독하게 추운 우크라이나의 겨울이 오기 전까지 터전을 잃은 시민들이 지낼 공간을 ‘빠르게’ 만드는 일이다. 러시아군이 수도 외곽을 휩쓸었던 지난 3월, 이르핀, 부차, 보로댠카 등 키이우 북서쪽 외곽 도시들의 수도, 전기, 통신 관련 시설이 모두 파괴됐으나 도시의 재건 노력으로 6월 현재 이들 기반시설은 90% 정도 복구됐다. 하지만 삶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주거’ 문제를 한두 달만에 복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엄청난 규모의 재산 피해를 입어 시간은 물론 예산도 부족하다. 폴란드 등 인근 유럽 국가와 국제 자선 단체의 지원, 그리고 공동체의 힘을 모아 재건 사업을 진행하지만 어려움이 많다. <한겨레>가 키이우 현지에서 외곽 주요 도시와 마을의 인명, 재산 피해를 조사하고 각 도시들이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건 사업의 현황을 짚어봤다.

18일(현지시각) 오후 5시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을 지나는 철길 한가운데 새로 생긴 ‘마을’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공식 명칭은 ‘철길 작은 마을, 이르핀’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회사와 우정 당국, 그리고 이르핀시가 24m 길이의 기차 7개를 연결해 임시 주거지를 마련했다. 전쟁으로 집을 잃은 도시민을 위한 보금자리다.

철길 위에 생겨난 작은 마을

기차 타고 떠난 ‘여행’의 끝인 이르핀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에서 북서쪽으로 25km가량 떨어진 외곽 도시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부 ‘참수’(교체)를 노리고 수도 키이우로 전격했다. 키이우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 이르핀에서는 수도로 돌진하려는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러시아군이 이르핀을 점령하지는 못했지만, 3월 말까지 이어진 두 군대 간 격전으로 이 도시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다. 이르핀에 유독 심하게 부서지고 파괴된 건물이 많은 이유다. 주택 1100곳 이상이 파괴됐고, 아파트 단지 150곳이 훼손됐으며, 이 가운데 45곳은 완파됐다. 민간인 300여명이 죽었고 군인은 50여명, 국토방위군(예비군) 38명이 전사했다. 인구 10만의 도시 이르핀 시민들 중 95%가 피란을 떠났다가 현재 절반 정도 돌아왔다.

18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이르핀의 한 아파트 단지와 그 일대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어 있다. 무너진 창문 난간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18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이르핀의 한 아파트 단지와 그 일대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어 있다. 무너진 창문 난간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18일 기준으로 철길 마을에는 47명 정도가 입주 신청을 했다. 일주일 정도 전부터 26명이 들어와 살고 있는 상태다. 160m가 넘는 기차에는 샤워칸, 식당칸이 한 개씩, 그리고 침대칸이 5개다. 침대칸에는 각각 특별한 이름이 붙었다. 앤젤리나 졸리 등 우크라이나 철도를 통해 이 나라를 방문한 배우, 가수, 축구선수 등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땄다. 이를테면 ‘졸리 하우스’, ‘보노(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U2의 멤버) 하우스’ 식이다. 식당칸에 놓인 2인용 테이블 위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 식당칸에는 전자레인지부터 냉장고 등 편의시설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월드 센트럴 키친이라는 국제 자선 단체가 삼시 세끼 음식을 제공한다. 기차는 전쟁 전 생산돼 시범 운행 정도만 거친 새 기차들이다.

24시간 국토방위군이 마을 입구를 지킨다. 입주민 카드가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침실칸 내부 각 방에는 잠금장치가 있고 복도에는 폐쇄회로텔레비전이 설치됐다. 기차 칸마다 철도회사 관계자들이 상주하며 입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한다. 마을 규칙은 네 가지다. ①이곳을 당신의 ‘집’이라고 생각할 것, ②서로를 존중하며 (열차 안에서는) 흡연, 음주, 고성방가 금지, 우크라이나 여느 도시와 같이 통금(밤 11시∼새벽 5시)을 지킬 것, ③침대보는 매주 갈아서 담당 업체에 세탁을 맡길 것, ④쓰레기는 정해진 곳에 모아서 버릴 것 등이다.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이르핀 안토노바길 인근 철길 한 가운데에 마련된 ‘작은 철길마을, 이르핀’에서 한 자매가 새장을 색칠하고 있다. 이곳은 전쟁으로 집을 잃은 도시민들을 위해 기차 7대를 이어 마련한 임시주거지이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이르핀 안토노바길 인근 철길 한 가운데에 마련된 ‘작은 철길마을, 이르핀’에서 한 자매가 새장을 색칠하고 있다. 이곳은 전쟁으로 집을 잃은 도시민들을 위해 기차 7대를 이어 마련한 임시주거지이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이르핀 안토노바길 인근에 ‘철길 작은 마을, 이르핀’이 문을 연 18일(현지시각) 오후 내부 모습이 공개되고 있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이르핀 안토노바길 인근에 ‘철길 작은 마을, 이르핀’이 문을 연 18일(현지시각) 오후 내부 모습이 공개되고 있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주민들이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은 도시의 최우선 과제다. 올렉산드르 마르쿠신(42) 이르핀 시장은 “집을 잃은 이들이 머물 곳은 당장 필요하지만, 한두 달 안에 그 많은 집을 다 지을 수가 없다”며 “철길 마을은 겨울이 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철도 당국과 협력해 이룬 사업이다. 물론, 거주지가 ‘임시적인 것’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길 마을은 전쟁이 만들어 냈지만 시민들에게 희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와르르 무너져내린 집을 바라보며 절망했다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는 공간이다. 전쟁이 많은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남겨진 사람들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해 질 무렵, 철길 마을 앞마당에 펼쳐진 푸른 잔디는 따듯한 햇살을 머금은 채 반짝였다. 잔디 위 나무로 만든 간이 식탁에는 주스와 과일, 간식거리가 차려졌다. 식탁 뒤편엔 화로에선 바비큐가 노릇노릇 구워지는 중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일광욕하며 잠시 몸을 뉘일 수 있는 해먹과 간이 소파까지. 한쪽에는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전기 자전거,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는 킥보드도 새것으로 채워졌다. 날이 어두워지면 주민들은 마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볼 것이다.

우크라이나 이르핀 안토노바길 인근에 마련된 ‘철길 작은 마을, 이르핀’이 문을 연 18일(현지시각) 오후 이르핀 지역에서 살다가 집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돼 이곳에서 살게 된 블라드(12)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있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이르핀 안토노바길 인근에 마련된 ‘철길 작은 마을, 이르핀’이 문을 연 18일(현지시각) 오후 이르핀 지역에서 살다가 집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돼 이곳에서 살게 된 블라드(12)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있다. 이르핀/김혜윤 기자

마을 바로 옆에선 다른 철길로 기차가 드나들었다. 우크라이나 철도회사 직원인 올렉시(34)는 “러시아가 혹시라도 또 침략해온다면 이 열차를 곧바로 움직여 가장 먼저 탈출시킬 수도 있다”며 웃었다. 전쟁이 끝나 이 철길 마을이 사라진다면 다시 이 길로 기차가 움직일 것이다. 올렉시는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마치 캠핑을 온 듯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방에는 두 사람씩만 들어간다. 최대 100명까지 입주할 수 있다. 공간이 남으면 창고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인용 침대칸에는 침대가 양쪽으로 위, 아래 4개씩 설치돼 있지만 주민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방마다 두 사람씩만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 주 동안 이곳에서 생활한 입주민 올렉산드르(53)는 “여기에 평생 살진 않겠지만 이곳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며 “당장 집을 짓기 어려운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보다 뭐가 더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주택은 지난 3월 격전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이 마을 입구 담장에는 노란색 우체통이 매달렸다. 마을 주민들은 엽서에 우크라이나 기차가 그려진 우표를 붙여 전 세계 어디로든 편지를 부칠 수 있다. 엄마와 함께 마을에 입주한 소년 블라드(12)는 이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엽서를 우체통에 넣었다. “굿 이브닝. 우리 군인 아저씨들. 건강하시길 바라요. 아저씨들이 러시아 ‘오크’들을 물리쳐 주시면 좋겠어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철길 마을에 사는 블라드 올림.”

모듈러 하우스 생겨났지만 

17일 오전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60km 떨어진 보로댠카시. 이 도시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학교인 보로댠카 제2학교 2층에 자리한 시청 사무실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회의가 열렸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도시 재건’이다. 회의는 2시간 넘도록 계속됐다. 도시는 절박하다.

지난 2월28일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통해 이 도시를 공격해왔다. 제2학교를 제외한 학교, 유치원, 법원, 경찰서 등 행정기관 49곳이 완전히 박살났다. 도시의 모든 관공서들은 제2학교 건물에 임시로 둥지를 틀어야 했다. 한 교실에는 시청이, 다른 한 교실에는 경찰서가 들어선 식이다. 아파트 단지 12곳(710가구), 개인 주택 100여곳 등 건물 384곳이 완전히 무너졌다. 일부 파괴된 건물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 수도 시설이 100% 파괴됐다. 보로댠카는 인근 이르핀, 부차보다 가난한 농촌 도시다.

17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 시내의 한 주상복합건물이 두 동강 나 있다.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17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 시내의 한 주상복합건물이 두 동강 나 있다.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17일(현지시각) 오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 법원 뒤에 있는 집에서 살던 한 남성(오른쪽 사진)이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전쟁 직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7일(현지시각) 오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 법원 뒤에 있는 집에서 살던 한 남성(오른쪽 사진)이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전쟁 직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보로댠카가 다른 곳보다 큰 피해를 입은 이유가 있다. 이곳은 러시아군이 키이우로 진입하는 중 만난 첫 도시였다. 도시에 군사기지가 없었다. 수도와 꽤 떨어져 대공 방어에 취약했다. 러시아군은 이 도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폭탄을 마구 떨어뜨렸다. 그 아래엔 시민들의 집이 있었다. 그들은 무자비했다. “우리 마을을 본보기 삼아 다른 도시를 겁주려고 했을 것이다.” 헤오르히 예르코 보로댠카 시장이 말했다. 무너진 건물 아래서 발견된 시신만 현재까지 41구다. 공장, 개인 사업장이 모두 파괴된 터라 현재 이 지역에서는 어떤 생산도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직업을 잃었다.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마을은 온통 무너진 건물과 파괴된 차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전쟁 전 도시 인구는 1만4500명이었지만, 3월 당시 주민들이 피란을 떠나 도시엔 1000명 정도만 남았다. 6월 현재 피란을 떠났던 시민들이 돌아왔다. 7000명 정도가 살고 있다. 집을 잃은 주민들은 이웃이나 친구 집 남는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형편이다. 도시는 인근 대학 기숙사 등을 동원해 주민들의 살 곳 마련에 애쓰지만 여전히 400명 이상 주민이 오갈 곳 없는 신세다.

이 도시가 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한 것은 폴란드 정부가 지원한 ‘모듈러 하우스’(조립식 주택)다.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 예산 지원만으로는 도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란 불가능하다. 모듈러 하우스는 2층 침대가 2개, 작은 옷장이 들어가면 꽉 차는 두세평 남짓 컨테이너 임시 건물이다. 폴란드 정부는 보로댠카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모듈러 하우스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보로댠카에는 이런 주택이 가장 많아 ‘타운’(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6월 현재 현재 380개 방이 설치됐다. 향후 보로댠카시는 190여개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17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보르댠카의 축구장 옆에 지난 1일 마련된 모듈러 타운 외부 모습.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17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보르댠카의 축구장 옆에 지난 1일 마련된 모듈러 타운 외부 모습.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17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의 축구장 옆 모듈러 하우스에 살고 있는 므콜라씨의 침대 옆에 라디오가 놓여있다.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17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의 축구장 옆 모듈러 하우스에 살고 있는 므콜라씨의 침대 옆에 라디오가 놓여있다. 보로댠카/김혜윤 기자

모듈러 하우스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 조건’만을 갖춘 임시 주거지다. 2주 전 모듈러 하우스에 입주한 므콜라씨는 “르비우로 피란을 갔다가 돌아와보니 집은 사라지고 커다란 구멍만 남았다”고 했다. 그가 살던 아파트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아예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무너졌다. 현재는 잔해물을 치워 커다란 구멍이 난 터만 남은 상황이다. 모듈러 하우스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지를 묻자 므콜라씨는 “갈 곳이 없으니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모듈러 하우스 내부에는 에어컨 등 기본적인 냉·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추운 겨울을 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겨울 전 영구주택 완공할 업체를 찾아라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학살’ 만행이 드러나 세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외곽도시 부차도 보로댠카시와 비슷하게 모듈러 하우스를 통해 시민들에게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파괴된 건물과 집은 모두 3000여개 이상에 달한다. 시 당국은 이중 절반 이상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복구 가능 여부, 종류를 점검 중이다. 시 조사에 따르면 민간인 주거지를 포함한 각종 건물 372개가 완전히 파괴됐고, 2343개는 일부가 손상됐다.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 않았더라도 복구가 어려워 철거가 필요한 건물은 212개다.

러시아군이 지난 3월 이 도시를 점령하다 퇴각했다. 도시는 폐허가 됐다. 전봇대가 전차에 부딪쳐 쓰러진 곳이 많았다. 전기, 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 한 달 동안 주민들은 시에서 지급한 700여개 가스통을 활용해 길거리에서 음식을 해 먹었다.

우크라이나 부차에 살다가 집에 폭탄이 들어와 빈니차로 피난갔다가 폴란드 정부가 마련한 모듈러하우스에서 가족과 살고 있는 보제나(5)가 15일(현지시각) 오후 부차 모듈러하우스 놀이방에서 기부받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우크라이나 부차에 살다가 집에 폭탄이 들어와 빈니차로 피난갔다가 폴란드 정부가 마련한 모듈러하우스에서 가족과 살고 있는 보제나(5)가 15일(현지시각) 오후 부차 모듈러하우스 놀이방에서 기부받은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고 있다. 부차/김혜윤 기자

부차시의 경우 6월 현재 모듈러 하우스 174개를 확보한 상태다. 현재 47가구가 입주했다. 모듈러 하우스 입주는 시민들이 입주를 신청하면 시 당국이 당사자의 집 파손 상태를 확인한 뒤 순차적으로 배정한다. 일부 모듈러 하우스는 주민들 집 앞 마당에 설치됐다.

부차 시청 직원인 드미트로 합첸코(44)는 “(모듈러 하우스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라며 “겨울이 오고 있고 그 집들은 사람들이 지내기에 그렇게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정상적인 영구주택을 빠른 시간 안에 지을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 (공사기간) 1년도 너무 길다”고 말했다.

이들 도시의 재건 1순위가 집이면 2순위는 학교다. 9월이 되기 전 아이들이 다닐 학교 시설을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가 학교 재건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르핀·보로댠카·부차/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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