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사퇴 의사를 밝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거짓말 의혹’으로 인한 측근 각료들의 잇딴 사퇴로 인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로서 ‘브렉시트’ 결행을 주장하며 2019년 7월 총리직에 오른 뒤 3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7일(현지시각) 그동안 사퇴 압력을 받아온 존슨 총리가 이날 “보수당 대표직에서 내려온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새 당 대표가 정해질 때까지만 총리직을 수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도 “8명의 각료가 지난 2시간 동안 사임한 뒤 힘을 잃은(powerless) 존슨 총리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굴복해 사퇴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6일 ‘파티 게이트’로 인한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 돌아왔던 존슨 총리는 지난 5일 리시 수낵 재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다시 한번 큰 정치적 곤경에 빠지게 됐다. 존슨 총리는 새 재무부와 보건부 장관을 임명했으나, 사퇴 행렬은 봇물 터지듯 계속됐다. 7일 아침까지 총리의 지도력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 요직에서 사퇴한 인사가 부장관급까지 포함해 50여명에 이르렀다.
정부 요직에 있는 인사들이 줄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크리스 핀처 보수당 원내 부대표가 지난주 술에 취해 남성 두 명을 성추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지난 2월 그를 부대표로 임명한 책임이 부각될 것을 염려한 총리 대변인은 ‘총리가 그의 행동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교부 사무차관이 “핀처 의원이 2019년 외교부 부장관 시절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사과한 사실이 있으며 존슨 총리도 당시 사건에 대해 보고받아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총리가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이다. 존슨 총리의 측근들은 그에게 사퇴를 권고했지만,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았다.
존슨 총리가 ‘버티기’에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달 총리 신임투표를 주도했던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는 재투표 규정을 바꿔, 다시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존슨 총리는 이날 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사퇴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