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 있는 프랑스 코르시카 섬의 사곤 캠핑장에서 사람들이 무너진 텐트와 물건들을 챙기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이곳에서는 폭풍우로 나무가 방갈로 위로 무너졌고 1명이 사망했다. <아에프페>(AFP), 연합뉴스
강력한 폭풍우가 유럽 중·남부 지역에 몰아쳐 캠핑장, 해변 등지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폭풍우로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이 중에는 어린이 셋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각) 영국 방송 <비비시>(BBC)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랑스의 코르시카 섬에서 극심한 폭풍으로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전했다.
거센 비와 바람은 지중해에 있는 프랑스의 섬 코르시카에 있는 캠핑장을 덮쳤다. 코르시카 섬에서는 시속 224㎞의 바람이 몰아쳤다. 이 때문에 나무들은 뿌리가 뽑혀나갔고 이동식 집들이 손상됐다. 같은 시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있는 성 마르코 대성당의 종탑에서는 건물 석조 부분이 부서져 날아갔다.
<비비시>는 프랑스 당국의 공식 발표를 인용해 13살짜리 여자아이가 코르시카 섬 캠핑장에 있다가 쓰러진 나무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한 남성도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여성 한 명은 바람 때문에 떨어져 나간 바닷가 오두막 지붕이 차량과 부딪치면서 사망했다. 어부와 카약을 타던 여성 한 명도 바다에서 각각 사망했다. 폭풍이 심하게 몰아치면서 파고가 높아진 탓으로 추정된다. 이후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여섯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고했다. 그 밖에도 수십명 이상 사람들이 다쳤다. <비비시>는 현지에서 발생한 폭풍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 말을 전하며 사람들이 폭풍 상황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어떤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코르시카 섬의 한 식당 주인은 <로이터> 통신에 “이렇게 거대한 폭풍은 처음 봤다”고 했다.
바다에 둘러싸인 섬뿐 아니라 프랑스의 남부 지역 육지에서도 폭풍으로 전기가 끊겼다. 남부 휴양도시 마르세유 도심의 거리는 물에 잠겼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여자아이 2명이 카린시아의 한 호수 근처에서 쓰러진 나무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이후 오스트리아 지역의 한 매체는 이렇게 쓰러진 나무 때문에 세 사람이 더 사망했다고 보도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한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한 남성과 여성이 각각 비슷한 나무 사고로 사망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불어닥친 강풍으로 커피숍의 파라솔과 대성당 벽면의 벽돌이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시칠리아에서는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올라갔다. 알제리에서는 최소 38명이 산불로 사망했다.
유럽 전역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수 주 동안 이어졌다. 극심한 더위가 온 뒤에는 곧바로 폭풍우가 유럽 대륙을 덮쳐 물 난리 등 각종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비비시>는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예외적으로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며 “폭염과 폭풍 등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최근 더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사람에 의한 기후 변화 때문이다. 전 세계는 이미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로 1.1℃ 더워졌으며 기온은 세계 각국 정부들이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지 않은 한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