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고물가, 실질임금 하락만큼 지지율도…” 영국 새 총리 가시밭길

등록 2022-09-05 21:31수정 2022-09-06 02:10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내정자 과제
표준가구 에너지값 상한 곧 2배로…서민 직격탄
감세 내세웠지만 서민 위한 ‘긴급 재정조치’ 검토
보수당 새 대표로 노동당 뒤진 지지율 제고 ‘고심’
리즈 트러스 영국 새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새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5일 당선된 리즈 트러스(47) 새 보수당 대표 앞에는 해결하기 힘든 정치적·경제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경제는 10% 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휘청이는 중이고, 당의 지지율은 야당에 견줘 10%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

트러스 대표가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2025년 1월 치러지는 총선의 승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선거 캠페인 기간 트러스 대표는 급등하는 에너지 요금과 관련해 ‘부가가치세 인하’라는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쟁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은 “사람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문제가 영국의 새 총리를 뽑는 보수당 대표 선거에서 핵심 쟁점이 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 때문이었다. 영국 가스전력시장규제청은 10월1일부터 적용되는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80% 올려, 표준가구 기준 연간 3549파운드(한화 약 557만원)로 책정했다. 현행 상한선은 1971파운드(한화 약 309만원)인데, 상한선이 한달 뒤면 2배 가까이 뛰는 것이다.

영국 시민사회는 이렇게 급격히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정부의 ‘직접’ 지원을 요구하는 중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지난달 12일 트러스의 대표 공약인 ‘감세’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감세는 궁핍한 사람들을 돕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트러스 대표는 역시 기존 공약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4일 <비비시>(BBC)와 한 인터뷰에서 “총리가 되면 치솟는 에너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일주일 안에 밝히겠다”고 했다. <비비시>는 앞서 트러스 내정자 쪽 측근의 말을 빌려 선거에서 승리하면 가능한 한 빨리 “긴급 재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5일(현지시각) 영국 보수당 대표에 당선된 리즈 트러스 차기 총리 내정자가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영국 보수당 대표에 당선된 리즈 트러스 차기 총리 내정자가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임금과 금리도 6일 새 총리로 취임하게 될 트러스 대표가 빠른 시일 안에 풀어내야 할 문제다. 7월 영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나 올랐다. 이에 비해 실질 임금은 2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철도·우편 등 공공부문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영란은행은 물가 상승 압박에 맞서 1990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트러스 대표를 지지하는 쪽에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빈곤층은 이자 부담이 늘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러스 대표가 맞닥뜨릴 중요 정치 현안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북아일랜드 협약’을 어떻게 다룰지다. 영국 정부는 2020년 1월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며 맺은 ‘북아일랜드 협약’ 일부를 폐기하는 안을 6월 공개했다. 이 법안은 영국 본섬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물품 가운데 최종 목적지가 북아일랜드인 것에 대해서는 통관 절차를 생략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지만,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1998년의 벨파스트 협정을 존중하기 위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 단일시장에 남았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과 영국은 영국 본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물품 통관 절차를 두기로 합의했다. 영국이 6월에 공개한 안을 강행하면, 유럽연합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현재 보수당은 제1야당인 노동당에 견줘 지지율이 낮다. 국제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통계를 보면, 8월22일 기준 영국 보수당 지지율은 33%로 노동당(37%)에 비해 4%포인트 뒤지고 있다. 자유민주당(11%)까지 합하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이코노미스트>는 1일 “실질 임금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여론조사에서 1%포인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러스 새 대표의 앞에 펼쳐진 것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러시아, 식량 없어 탈영한 북한군 18명 잡아 구금” 1.

“러시아, 식량 없어 탈영한 북한군 18명 잡아 구금”

북한 파병에 우크라 군인, 한글로 “분단 끝낼 기회” 2.

북한 파병에 우크라 군인, 한글로 “분단 끝낼 기회”

[영상] 절규하는 젊음...우크라 강제 징집에 몸부림 치는 청년들 3.

[영상] 절규하는 젊음...우크라 강제 징집에 몸부림 치는 청년들

“제주 동백숲 가꾼 현맹춘”…한강이 알리고픈 인물 4.

“제주 동백숲 가꾼 현맹춘”…한강이 알리고픈 인물

우크라, ‘파병 북한군’ 영상 공개…“넘어가지 마라” “야” 육성 담겨 5.

우크라, ‘파병 북한군’ 영상 공개…“넘어가지 마라” “야” 육성 담겨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