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오른쪽 두번째)와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오른쪽 세번째)이 17일(현지시각) 나란히 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최근 대규모 감세안으로 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다음 선거 때까지 보수당을 이끌겠다며 사임은 거부했다.
트러스 총리는 17일(현지시각)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에 출연해 감세예산과 관련해 “책임을 받아들이고 실수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멀리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낮은 세금과 고성장 경제”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지금은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게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가 취임 뒤 야심차게 추진한 대규모 감세안이 최근 영국 화폐 파운드 가치의 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을 불러온 데 대해 해명한 것이다. 앞서 신임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이날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하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트러스 총리는 “내가 국가 이익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정책을 바꾼 것은 올바른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에서는 트러스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트러스 총리가 당 대표 선거 때부터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규모 감세안이 파탄 난 상황에서 총리직에 더 남아있을 명분이 있느냐는 것이다. 헌트 장관이 감세안 철회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총리는 헌트이고, 트러스는 ‘이름만 총리’”라는 굴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취임 1년 안에 불신임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한 보수당 규정을 바꾸려는 시도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러스 총리는 다음 선거까지 보수당을 이끌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나는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뽑혔기 때문에 계속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그것이 내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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