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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 중국과 ‘선별적 디커플링’ 모색…전략 부분 의존 낮춘다

등록 2022-12-13 14:02수정 2022-12-13 18:42

독일의 대중국 전략 어디로 가나
독일 신호등 연정. 맨 왼쪽부터 아날레나 베어보크(녹색당) 외교부 장관, 로버트 하벡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겸 부총리(녹색당),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부 장관(자유민주당) 대표. DPA AP 연합뉴스
독일 신호등 연정. 맨 왼쪽부터 아날레나 베어보크(녹색당) 외교부 장관, 로버트 하벡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겸 부총리(녹색당),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부 장관(자유민주당) 대표. DPA AP 연합뉴스

지난 30년 동안 독일에 중국은 ‘미래’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독일은 이번 전쟁을 통해 지나친 대외 의존이 얼마나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지 체감했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독일은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지난 몇달을 견뎌야 했다.

이런 후과를 겪은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뿐 아니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도 재고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 의존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더해 중국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중국은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을 사실상 묵인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싼값에 대거 사들이며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3연임을 확정하며 1인 지배체제를 확립했고,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티베트·신장 등 소수민족의 인권이 탄압받고 홍콩 민주주의가 질식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적)·녹색당(녹)·자유민주당(황)이 하나의 정부를 꾸려 지난해 말 출범한 ‘신호등 연정’은 연정 출범을 확정한 합의문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동반자, 경쟁자, 체제 경쟁자” 등 다차원적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대중 전략의 방향을 새로 정하는 과정에서 공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부터 항만까지…녹색당 ‘핵심 인프라’ 중국 매각 결사반대

지난 10월 말 신호등 연정은 중국 국영 중국원양해운(COSCO)이 독일 최대 무역항인 함부르크항에 투자하는 문제를 놓고 크게 부딪쳤다. 애초 중국원양해운은 독일 항만기업(HHLA)의 지분 35%를 취득할 계획이었지만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녹색당)가 이끄는 경제기후보호부·외교부 등 6개 부처와 녹색당·자민당 등 연정 내 다른 정당이 독일의 중요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접근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국 함부르크 시장 출신인 올라프 숄츠 총리(사민당)는 투자 지분을 애초 계획보다 낮춘 24.9%로 줄여 투자를 허용했다. 이어진 논란은 독일의 반도체 생산 업체인 엘모스, 이아르에스 일렉트로닉의 중국 매각이었다. 독일 정부는 이와 관련해선 지난달 9일 기업을 팔면 기술 유출이 일어나 국익을 위협할 수 있다며 아예 불허했다.

이런 논란 가운데 지난달 4일 숄츠 총리가 중국을 전격 방문하며 정치권은 들썩였다. 함께 연정을 구성 중인 녹색당·자민당은 시 주석이 3연임을 결정한 지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에 유럽연합(EU)의 대표국인 독일의 총리가 가장 먼저, 그것도 주요 기업인들을 이끌고 중국을 찾는 게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중국 문제가 독일 정치의 뇌관이 된 것이다.

숄츠 총리는 이 방문에서 중국과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에 약 100억유로(약 13조7700억원)를 투자했다. 특히 자동차 생산 업계와 화학 분야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독일 자동차 대기업인 폴크스바겐·베엠베(BMW)·메르세데스와 화학 대기업 바스프(BASF) 등의 대중 투자를 합치면, 유럽 전체 대중 투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지난 11월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지난 11월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인도 등 향하는 독일 장관들…연정은 ‘새 중국 전략’ 수립 중

그렇다고 독일이 중국과 관계를 지금 이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23일 독일 하원 연설에서 “현 상태를 수수방관한다면 그 대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클 것”이라며 러시아·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했던 이전 정부의 에너지·무역 정책을 끝내겠다고 했다. 앞서 하베크 부총리도 지난 9월 중순 주요 7개국(G7) 경제장관 회담에서 “대중 관계에서 순진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연정의 주요 장관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중이다. 하벡 장관은 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독일-아프리카 콘퍼런스에서 독일이 아프리카와 경제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 밝혔다. 5일 아날레나 베어보크 연방 외교부 장관(녹색당)은 인도 뉴델리를 찾아 인도-태평양 지역과 양자 관계에서의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독일은 카타르에서 연간 200만톤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를 15년 동안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독일 정부는 현재 새 대중 전략을 짜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대중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중국은 2016년부터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독일과 중국 간에 2465억유로 규모의 상품이 거래되면서 중국은 무역액 기준 독일의 1위 교역국 자리를 지켰다. 같은 해 대중 수입액은 약 1430억유로로 다른 어느 교역국보다 많으며, 대중 수출액은 약 1040억유로로 미국(1220억유로) 다음으로 가장 많다. 중국도 독일과 관계를 확대하며 알짜 기업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독일 한스뵈클러재단에 따르면 2011~2020년 193개에 이르는 중국 자본이 독일 기업 243곳의 지분을 부분 또는 100% 사들였다.

최근 독일 국내 언론 보도로 대략적인 내용이 공개된 독일 외교부·경제부 등이 작성 중인 100여쪽에 이르는 새 대중 전략 문건도 관계 축소와 재조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대중 의존이 독일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좁히고 “협박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파이어니어>, <로이터> 통신 등은 특히 이 문서에 ‘중국이 2027년 대만을 합병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질의에 굳이 부정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독일은 자국 기업의 대중 수출, 특히 차량·화학물질 분야 등의 수출 유인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줄이고, 중국에서 영업하는 독일 기업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하며, 중국 리스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화하고, 정부 투자 보증을 기업당 30억유로로 제한하는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베크 부총리는 그동안 통신·에너지·반도체·항만·공항·의료 분야 등 주요 영역은 중국 자본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혀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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