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은 어디 가고…알프스에 난데없이 선인장 ‘무성’

영국 일간지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눈밭으로 뒤덮였던 스위스 알프스 지역이 최근 ‘선인장’이 무성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 발레(Valais)주 주민들은 겨울에는 산비탈이 눈으로, 여름에는 에델바이스 꽃으로 뒤덮이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심화함에 따라 선인장이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발레주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무섭게 퍼져나가고 있는 선인장은, 18세기 말 북아메리카에서 유입된 부채선인장류(Opuntia)로 확인됐다. 발레주 수도인 시옹에서는 부채선인장이 낮은 초목 지표층의 23∼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레주 자연보호국의 생물학자 얀 트리포네스는 “일부 지역에서는 선인장이 식물 서식이 가능한 지표면의 3분의 1까지 차지한다”며 “이 선인장은 고유종 및 멸종 위기종과 경쟁하는 등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프스 지역의 기후가 점점 더 따뜻해지면서 눈 덮인 표면이 줄어들고 서식 기간이 더 길어져 부채선인장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지역의 선인장 식생을 연구 중인 지리학자인 페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는 “이 선인장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영하 10도, 영하 15도도 견디지만 건조한 곳을 좋아하고 눈 덮인 곳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올겨울 알프스 스키장들도 눈이 없어 애를 먹을 정도로 산 저지대에는 눈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스위스의 해발 800m 미만 지역 강설 일수는 1970년 이후로 반 토막이 났다. 또 최근 한 연구에서는 연중 눈이 알프스를 덮는 기간이 역대 평균보다 한 달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보고서는 이를 “지난 6세기간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움가르트너는 “기후변화 보고서들을 보면 스위스의 (기온 상승) 곡선은 거의 북극만큼이나 가파르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