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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우라늄’이 소환한 우크라 전쟁, 핵충돌 위협

등록 2023-03-24 19:00수정 2023-03-2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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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 진지를 향해 견인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 진지를 향해 견인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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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에서 캐낸 천연우라늄에는 방사성물질 ‘우라늄-235’(U-235)가 0.7% 들어 있다. 우라늄을 에너지로 이용하려면 U-235의 농도를 높여야 한다. 발전소용으로는 3~5%까지, 핵무기에는 90% 이상 높인 농축우라늄이 쓰인다.

우라늄 농축은 이렇게 0.7%밖에 들어 있지 않은 ‘티끌’을 찾아 모으는 과정이어서 엄청난 양의 천연우라늄이 투입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5%의 농축우라늄 1㎏을 만들어내는 데 천연우라늄 11.8㎏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농축 과정에서 버려지는 10.8㎏이다. 여 기에 도 U -235가 0 .3 % 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이게 이른바 ‘ 열화(劣化 )우라늄’이다. ‘덜떨어진’ 우라늄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depleted uranium, DU)

우라늄을 농축할 때마다 쌓이는 열화우라늄은 골칫거리다. 방사성 독성물질이어서 통상 우라늄 농축시설 근처 폐기장의 대형 탱크에 밀봉 보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열화우라늄이 밀도가 높아 무겁고 단단한 금속이라는 사실이 주목을 받는다. 군사용 탄환 같은 발사체는 밀도가 높아야 제대로 날아간다. 총탄에 밀도가 높은 납이 주로 쓰이는 이유이다. 열화우라늄은 납보다 밀도가 1.7배 높다.

게다가 단단하다. 납은 물러서 인마살상용 총탄 말고는 사용이 어렵다. 그래서 탱크의 장갑이나 벙커 같은 단단한 방호벽을 뚫는 탄환, 철갑탄(관통탄)에는 주로 텅스텐이 쓰였지만, 열화우라늄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열화우라늄은 텅스텐보다 밀도가 조금 낮지만, 다른 강점이 있다. 우선 경제성이다. 텅스텐은 비싼 금속이지만, 열화우라늄은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격이니 돈 들 게 없다. 또 열화우라늄은 방호벽과 부딪혔을 때 마찰열에 불이 일어나며 끝이 뾰족해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텅스텐보다 관통력이 좋고 탱크를 뚫고 들어간 뒤엔 내부를 불태워 승무원들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다.

이렇게 열화우라늄은 하루아침에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미군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보스니아 전쟁, 이라크 침략, 이슬람국가(IS) 폭격 등 대부분의 전투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썼다.

그러나 열화우라늄탄은 곧 일부 군인과 주민들이 각종 고통과 기형아 출산 등을 호소하며 부작용 논란을 일으켰다. 조사 결과 열화우라늄탄은 표적에 맞았을 때 발화와 함께 기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들이마시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또 방사성은 약하지만 반감기가 길어 토양 잔류 등 환경오염 우려도 낳고 있다.

논란의 열화우라늄이 이번에 다시 주목을 받았다. 영국 국방부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챌린저2 탱크의 탄환에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물질로 된 무기”를 사용하면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이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와 무관하다”고 반박했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영국이 “(핵 충돌로) 한걸음 더 내디뎠다”고 몰아세웠다.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 충돌 가능성이 거론된 건 처음이 아니다. 옛말에 ‘방귀 잦으면 뭐 나온다’고 했다. 인류 절멸의 핵전쟁 이야기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전쟁을 끝낼 방법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박병수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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