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챌린저2 전차. 영국이 제공할 이 전차용 포탄에 열화우라늄탄도 포함돼, 러시아는 물론 반핵단체의 비판을 사고 있다. 마수리아(폴란드)/EPA 연합뉴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하기로 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상응하는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 반핵단체도 영국 국방부를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영국이 실제로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할 경우 “서방이 집단적으로 핵 물질을 함유한 무기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러시아가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상응하는 대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애나벨 골디 영국 국방부 부장관은 전날 의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챌린저2 전차의 포탄 가운데 일부가 열화우라늄탄이라고 밝혔다. 골디 부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에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뒤 이 탄이 “현대적인 전차와 장갑차를 물리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영국의 이 결정은 핵 충돌 가능성으로 점점 나아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1일 성명에서 영국은 “(핵 충돌을 향한) 또 한 걸음을 내딛었으며 이제 몇 걸음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 방송 <로시야1>과 별도 인터뷰에선 영국의 조처에 대응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코소보와 세르비아에서 평화로운 도시와 교량을 폭격하는 데 열화우라늄탄을 대규모로 쓴 바 있다”며 이 포탄이 자국 군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 제조나 원자력 발전용 연료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 열화우라늄을 이용한 포탄이다. 열화우라늄은 철이나 납보다 훨씬 무거워, 무기의 관통력을 높인다. 열화우라늄에는 자연 상태의 우라늄보다 방사능이 40% 적지만, 유엔 환경계획은 이 물질을 “화학·방사능적으로 유해한 중금속”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영국의 반핵 단체인 ‘핵군축캠페인’(CND)은 이번 영국 정부의 결정이 “분쟁을 겪으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추가적인 환경·보건 재앙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 단체의 케이트 허드슨 사무총장은 “우리는 영국 정부에 열화우라늄탄의 즉각적인 사용 중지와 이 탄이 보건과 환경에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원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