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을 전격 방문한 인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니라 “대역”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턱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거나 대통령이 최전방에서 직접 운전을 했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인데,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의 고문 안톤 게라셴코는 20일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의 사진 석 장을 연이어 붙인 뒤 ‘누가 진짜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 2월21일 모스크바에서 찍힌 사진 그리고 최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3월18일) 및 마리우폴(3월19일)에서 촬영된 푸틴 대통령 측면 사진 3장을 편집해 올렸다. 턱 부분에 빨간 동그라미를 표시해 턱 모양이 서로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18일 세바스토폴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평소보다 턱이 뒤로 밀려있고, 마리우폴에서 찍힌 사진에는 턱이 덜 뾰족해보인다. 게라셴코 고문은 “푸틴 대통령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그와 닮지 않은 대역과 함께 일해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8일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 도시 세바스토폴 그리고 이튿날인 19일에는 러시아가 지난해 5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마리우폴에서 밤에 직접 운전을 해 거리를 둘러보고 지역민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영상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마리우폴 방문을 강력히 비난했지만 대역을 보냈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
이날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메일>도 푸틴 대통령이 마리우풀에 대역을 보냈다는 의심이 있다는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러시아 소식통이 “푸틴 대통령은 이가 없는 할머니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의 반푸틴 성향 매체 <제너럴 에스브이아르>(General SVR)도 이날 “푸틴이 세바스토폴이나 마리우폴에는 가지 않았다. 외모, 행동, 습관 등 모든 면에서 대역과 불일치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이미 온나라가 웃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채널은 푸틴 대통령의 대역이 단지 사진과 영상 촬영을 위해 크림반도를 짧게 방문한 뒤 떠났으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대역이 긴 회의를 주재하거나 의미있는 대화를 하는 것은 금지됐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마리우풀에서 대역은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야간 운전을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며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고 경호원들의 차량 행렬도 없이 전쟁 최전선 도시에서 이동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진짜 푸틴’은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모스크바에서 따뜻하고 안전하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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