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상징물 암호에 중세 악보 들어있어
소설 <다빈치 코드>의 마지막 대목에서 성배가 묻힌 곳으로 등장한 스코틀랜드 로슬린 성당 기둥의 ‘조각 암호’가 600년 만에 풀렸다.
영국 공군 암호해독 요원 출신인 토머스 미첼(75)과 작곡가인 아들 스튜어트가 이 성당 기둥에 새겨진 기하학적 상징물들이 중세 찬송가란 사실을 밝혀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1일 보도했다.
기둥에 조각된 13인의 천사 음악가들과 213개의 기하학 무늬를 해독하는 데 27년 동안 매달려온 토머스는 이 조각들을 “얼어붙은 음악”에 비유했다.
미첼 부자는 “조각들이 더없이 정교하고 아름다워 반드시 그 안에 의미가 담겨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음향학(싸이매틱스)을 활용해 상징물 조각들의 암호를 풀었다.
미첼 부자는 소리가 물리적인 성질에 영향을 끼쳐 기하학적인 모양을 창조한다는 ‘클라드니 패턴’에 주목했다. 소리 파동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클라드니 도형을 성당의 상징물에 대입해본 끝에 중세 찬송가의 암호들을 풀어냈다.
미첼 부자는 이 음악을 ‘로슬린 성악곡’이라 부르고, 노랫말을 붙여 현대적 찬송가로 재현해냈다.
이들은 5월18일 찬송가를 일반에 공개하는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로슬린 성당 쪽은 “마침내 수수께끼가 풀려 기쁘고 음악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15세기에 지어진 로슬린 성당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남쪽 11㎞ 지점에 있다.
<다빈치 코드>에선 남녀 주인공이 ‘고대 로슬린 아래에 성배는 기다리노라’란 암호에 따라 이 성당 지하에서 막달라 마리아의 무덤이 있던 자리를 발견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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