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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16강 탈락 프랑스 ‘사회분열’ 후폭풍

등록 2010-06-23 19:20수정 2010-10-28 15:40

월드컵 자중지란끝 참패
인종·종교적 갈등 번져
“검둥이”-“백만장자들”
대표팀 비판도 좌우대립
▶ 월드컵 하이라이트영상 바로가기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 탈락한 프랑스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충격적 패배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불똥이 사회 분열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만 12차례에 1998년 대회 우승, 2006년 대회 준우승에 빛나는 축구 강국이다. 그러나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트 사커’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프랑스는 대회 시작부터 자중지란을 보이며 세계 축구팬들의 빈축을 산 끝에, 조별 리그 1무2패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들고 짐을 싸야 했다. 특히 예선 마지막 상대인 남아공과의 경기에선 에펠탑 앞에 모인 프랑스 팬들마저 프랑스팀에 야유를 보내며 남아공을 응원하기도 했다.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경기에 패한 뒤 남아공 감독과의 악수도 거부한 채 퇴장하는 것으로 축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대회에서 불거진 프랑스 대표팀의 내홍은 하나하나가 축구 강국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자살골’들이었다. 최근 몇일 동안, 주전 공격수가 감독에게 욕설을 하며 대들다 대표팀에서 퇴출됐고, 선수단의 예선 최종전 훈련 거부, 장 루이 발랑탱 대표팀 단장의 사의 표명, 스폰서 은행의 월드컵 티브이(TV) 광고 중단,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사태수습 지시 등의 사건들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현재 프랑스 축구계는 축구협회 집행부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대표선수들로 양분돼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축구연맹의 장 피에르 에스칼레트 회장은 22일 예선 탈락이 확정된 직후 “지난 주말의 사이코드라마는 개인적으로 50년간 쌓은 축구의 가치가 무너졌으며, 그 사태가 프랑스에 안겨준 수치야말로 초라한 예선 결과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분란과 냉소는 프랑스 사회 전반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2일 “프랑스 사회의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격렬한 비난이 정치, 문화, 인종분열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프랑스 철학계 등은 이런 현상을 프랑스 사회의 거울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프랑스 극우파들은 월드컵 대표팀의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검둥이”라고 모욕하기 시작했고, 좌파는 월드컵 대표팀을 싸잡아 “백만장자 선수”들이라고 비꼰다.

프랑스 시사주간 <마리안> 설립자인 장프랑수와 칸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평론가들의 분석을 들어보면, 오만, 허영심, 경멸 등 사르코지 정권(의 실상)을 묘사하면서 현재 프랑스 사회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학자 알랭 핀켈크라우트는 “프랑스 대표팀은 인종 및 종교적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며 “1998년 월드컵에선 인종적 다양성의 힘이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사회통합의 모델이 됐지만 이번엔 그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의 파프 은디아예도 “프랑스에선 경제 위기감, 유로화의 쇠퇴, 사회지도층의 일탈 등에 대한 감정이 팽배해 있으며, 이런 것들이 ‘문화적 분열’ 논란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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