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과도한 언행은 “구역질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트럼프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비난한 이유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년 봄 열릴 예정인 프랑스 대선에서도 우파 후보가 득세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2일 파리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의 과도한 언행들은 심지어 미국인들에게도 구역질 나는 것들이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트럼프의 과도한 언행의 예로 트럼프가 미국 무슬림 군인 유가족을 모욕한 것을 들었다. 무슬림 군인 유가족 모욕 논란은 지난달 28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라크에서 2004년 숨진 군인 아들을 둔 키즈로 칸 부부가 찬조 연설자로 나와 “(애국자 묘에 가면) 모든 신앙과 성별과 인종을 다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위해 아무 것도 희생한 것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발끈한 트럼프는 지난 30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나와 “(칸의 아내인) 가잘라를 보면 그냥 옆에 서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아마도 어떤 발언도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무슬림을 깎아내렸다.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 대선 선거 운동 동안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모욕하는 말들을 들었다”며 “다른 이에게 존중받고 싶으면 본인이 존중받을만해야 한다”며 트럼프를 겨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한다면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은 전세계적 선거이기 때문이다”며 “이는 전세계에 강력한 우경화를 이끌 수 있다. 미 대선 선거 이슈는 프랑스 대선에도 반영될 것이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도 내년 4월 대선이 열릴 예정이며, 올랑드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지난해 130명이 희생된 파리 테러와 노동법 개정 문제로 인한 여론 악화 때문에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지지율을 형편없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내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전선은 지난해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결선 투표에서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으나, 1차 투표에서 역대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지층이 탄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도우파 공화당의 대표로 전 대통령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도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트럼프가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가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한 ‘골드 스타 패밀리스’(미군 전사자 가족모임)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 유럽·중동·아시아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기본지식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 이런 것들은 트럼프가 한심스러울 정도로 이 나라를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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