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 유럽연합(EU) 외무장관 긴급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이 회의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향후 몇 달간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브뤼셀/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놀란 유럽연합(EU)이 13일 긴급 비공식 외무장관 회의를 열었다.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이날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 초청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해온 트럼프 당선에 따른 유럽연합의 대책을 논의했다.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한 채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은 회의 뒤 “향후 몇 달간 미국의 새 행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가능한 빨리 트럼프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초청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유럽 국가들이 안보 비용을 더 많이 분담하지 않으면 미군이 유럽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위협했으며, 유럽연합과 대립각을 세워온 러시아에는 유화적 태도를 취해왔다.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반대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연합이 추진중인 범대서양교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도 불투명해졌다.
13일 긴급회의에선 유럽연합 내부 이견도 감지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과 극우 정권이 집권중인 헝가리, 그리고 프랑스 외무장관은 회의에 불참하고, 대신 유럽연합 주재 대사가 회의에 참석했다.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영국 외무장관의 불참에 대해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결정한 나라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회의에 관심이 없는 건 지극히 일반적”이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고 <데페아> 통신은 전했다.
유럽연합 내부에서 유럽 국가들 사이의 군사협력 강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유럽연합은 외무장관 정례 회의에서 유럽 공동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통합군사령부 창설에 대해 논의한다. 유럽 통합군사령부 창설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것으로 영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약화 우려를 이유로 반대해왔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트럼프의 당선으로 유럽 통합군사령부 창설 논의가 더욱 진전될 수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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