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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를 갖고 돌아오지 말라”…1600만명 ‘도시 봉쇄’ 이탈리아

등록 2020-03-09 16:46수정 2020-03-10 02:44

“봉쇄지역서 오는 사람은 멈춰라. 다음 기차역 내려라”
“형제자매 허파에 북부 창궐 바이러스 갖고 오지 말라”
“봉쇄조처 위반하면 3개월 수감이나 233달러 벌금”
AP “이탈리아가 중국 우한 봉쇄교본을 펼쳐들었다”
“악몽을 꾸고 있다. 공포·불안 폭탄을 던지고 있다”
8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이 텅 비어 있다. AFP 연합뉴스
8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이 텅 비어 있다. AFP 연합뉴스

“롬바르디와 다른 봉쇄지역에서 풀리아로 돌아오려는 사람은 누구나 멈춰 돌아서라. 모든 승객은 다음 기차역에서 내려라. 바리(풀리아의 도시)로 오는 비행기를 타지 말라. 자동차 방향을 돌리고, 버스 승객들도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라. 형제자매, 부모, 조카들의 허파에 북부지역에서 창궐한 바이러스를 풀리아로 갖고 들어오지 말라.”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주 지사 미셸 에밀리아노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만 1200명을 넘어서고 누적 확진자가 7300명(사망 366명)에 이르자 북동부 5개주 14개 도시에 걸쳐 1600만명(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대해 8일 아침 전격적인 이동 제한(레드존) 봉쇄조처에 들어간 이탈리아에서 기차·비행기·자가용을 이용해 남쪽으로 떠나는 대탈출이 이어지는 등 극심한 혼란상이 벌어지고 있다. 봉쇄 발표 전날 봉쇄계획이 언론에 미리 유출되자 주세페 콘테 총리는 격노해 “불안과 혼돈을 자행하는 용납할수 없는 보도”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번 도시 봉쇄조처 대상지역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드디 전역(1천만명)과 다른 4개주의 베니스·밀라노·모데나·파르마 등 14개 도시(약 600만명)다. 봉쇄기간은 4월3일까지다.

이탈리아 전역의 각급 학교도 휴교령이 내려졌고, 박물관·쇼핑몰·영화관·술집·나이트클럽·스키장·스포츠행사는 물론 결혼식·장례식·종교행사도 금지됐다. 봉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박물관과 고대유적지들도 폐쇄됐다. 시스타나 예배당을 비롯해 바티칸 박물관들도 모두 문을 닫았고, 국영 알리탈리항공은 밀라노 말펜사공항의 모든 국내·국제선 항공편을 중단했다. 밀라노 리나테공항 국내선만 운행한다. 다만 오스트리아, 스위스 쪽으로의 국경은 폐쇄되지 않았다. 공항·철도역·고속도로 톨게이트마다 경찰이 배치돼 이동을 차단·통제하면서 발열을 체크하고 있고, 도심 주요 도로에서 운행하는 모든 자동차는 통행 사유를 승인받아야 한다. 베니스에서 크루즈선 정박이 금지됐고 베니스 거주자들만 하선이 허용된다. 이탈리아 전역의 모든 식당에선 다른 손님들과 1미터 이상 떨어져 앉아야 한다. <에이피>(AP)통신은 “이탈리아가 중국 우한 봉쇄교본을 펼쳐들었다”고 현지 풍경을 전했다.

봉쇄 지역에서 들어오거나 나가는 교통편을 이용하려면 정당한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다만 긴급한 공적·사적 업무가 있는 사람은 격리지역 출입이 예외로 허용되고, 봉쇄지역 일시체류자도 다른 지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봉쇄 조처를 위반하면 3개월 수감이나 206유로(233달러) 벌금에 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교통당국이 “공항과 열차는 여전히 열려 있어 국내외 여행자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베니스·밀라노 여행객들도 발이 묶이긴 마찬가지다. 교통이 제한되면서 여행자들이 좌석이 없어 서서 타야하는 차량들에 몰려들고 스카프로 얼굴을 덮은 채 손세정제를 나눠쓰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밀라노 광장은 텅 비었고 베니스에서 운하를 오가는 곤돌라 배도 완전히 빈 채로 운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쇄조처가 발표되기 전에 일부 시민들은 황급히 가방을 싸 도시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봉쇄조처 발표 전에 봉쇄계획이 언론에 미리 누출되면서 대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이러스학자 로베르토 부리오니는 트위터에 “완전히 멍청한 짓이다. 긴급 봉쇄 초안이 누설돼 패닉을 일으키고 사람들이 레드존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채 도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에 사는 영화배우 빈센초 토세티(34)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밀라노 등지에서 탈출했다. 지금은 이탈리아인들이 사회에 책임감있게 행동하는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무책임한 엑소더스 양상”이라고 말했다. 밀라노에 사는 심리학자 피나 안티누치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같다. 정부가 공포와 불안 폭탄을 던지고 있다. 우리 집과 마음속에 바이러스라는 불청객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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