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 문 닫은 마드리드 상점들. 스페인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14일(현지시각) 마스크를 쓴 한 커플이 수도 마드리드 중심에 있는 마요르 광장의 문 닫은 상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마드리드/로이터 연합뉴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6만명에 육박하면서 ‘중국 이외 지역’ 감염자가 중국 본토(8만여명) 수를 곧 넘어설 기세로 무섭게 번지고 있다. 감염자가 각각 8천명과 5천명에 근접한 스페인과 프랑스 정부는 국민에게 “집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며 국가 전역에 걸쳐 ‘외출 봉쇄’에 들어갔다. 덴마크·폴란드를 비롯해, 그동안 ‘국경 봉쇄’를 주저해온 유럽연합(EU) 회원국들조차 외국인 입국 문을 잇달아 걸어 잠그고 있고 오스트레일리아(호주)도 외국인 봉쇄에 나섰다.
<아에프페>(AFP) 통신의 집계를 보면 15일 오후 10시 현재(한국시각) 전세계 확진자는 이탈리아 2만1157명(사망 1441명)·이란 1만2729명(사망 611명)을 비롯해 총 15만9844명(사망 6036명)에 이른다. 중국 이외 지역이 중국 본토 확진자(8만844명, 사망 3199명)를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7753명(사망 288명)에 이른 스페인은 이날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해 전국(인구 4600만명)에 걸쳐 이동제한 봉쇄 조처에 들어갔다. 특히 확진자의 절반가량이 마드리드에서 발생했고, 하루 새 2000명가량 늘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15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우리는 지금 전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해야 할 어떤 일도 행동에 주저하지 않겠다. 방역이 제1의 긴급 과제”라고 말했다. 식료품·의약품 구입, 회사 통근, 병원·은행 방문, 아동과 노약자 보호를 위한 이동만 허용된다. 각급 학교와 대학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식당·호텔은 물론 꼭 필요하지 않은 소매판매점도 문을 닫아야 한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부인 베고냐 고메스도 감염됐고, 정부 내각의 장관 2명도 이미 확진자로 판명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스페인 당국이 차분한 대응을 호소했지만 이날 아침 일부 도심에서 시민들이 슈퍼마켓에 몰려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며, “여행객들로 늘 북적거리던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거리들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퍼지면서 확연히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바르셀로나의 식당 주인 라첼 파파라르도는 이 통신에 “15일간 문을 닫아야 하지만 더 많은 감염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으로 향하던 여객기들은 전격 봉쇄 조처 발표에 기수를 되돌려야 했다.
프랑스(확진 4500여명) 정부도 봉쇄를 강화하고 나섰다. 에펠탑·루브르박물관은 물론 프랑스 전역의 카페·식당·영화관·나이트클럽은 모두 문을 닫도록 했다. 식료품점·약국·은행·담배가게만 휴업에서 제외된다. 각급 학교도 문을 닫고 기업에는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아에프페> 통신은 유럽의 동쪽 밀라노에서 서쪽 마드리드까지 광장과 거리가 텅 비었다며, “일부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기 집 발코니에 나와 ‘격리 상태’를 이겨내려고 서로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유럽 전역에서 얼굴 마스크와 관련해 품귀나 가격 앙등 언급은 아직 별로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동안 “국경폐쇄는 방역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서도 ‘국경 봉쇄 배제’ 원칙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폴란드·체코·덴마크·노르웨이·오스트리아가 15일을 전후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 봉쇄에 들어가는 등 각자도생으로 돌변했다. 라트비아·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도 일정 기간 동안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남태평양의 호주(확진 280명)도 “15일 자정부터 모든 외국인 입국자는 14일간 격리조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에이피> 통신은 “각국 공항과 국경이 속속 닫히고 전세계 수천편의 여객기 운항이 취소되고 있다”며 “코로나 질병과 싸우기 위한 봉쇄 여파로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져들고 경제가 휘청이고 있어 나라마다 공중보건과 경제 충격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그룹은 16일부터 오는 5월6일까지 국제 장거리노선 운항을 전년 대비 75%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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