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규제 반대’ 시위에 참석한 한 시위대의 모습.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3만여명이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위한 규제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비슷한 시위는 이날 유럽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열렸다.
29일(현지시각) 3만여명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등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며 코로나 방역을 위한 규제를 철폐하라며 시위를 벌였다고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 등 외신이 전했다. 독일 정부는 내년까지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 50유로(약 7만원)를 부과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시위대에는 극우주의자는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없다는 식의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섞여 있었다. 시위대 중에는 1차 세계대전 패전 이전 사용됐던 깃발인 ‘독일 제국기’와 옛 프로이센의 국기를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시위대 중 마스크를 쓴 이는 거의 없었다. 베를린 경찰은 방역 지침 위반을 이유로 200여명을 체포했다.
29일(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위한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 3만명이 행진을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베를린 시위에 참여한 남성 한 명은 <도이체벨레>에 “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믿지 않는다. 이 병(코로나19)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팬데믹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43살 남성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나는 극우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우리의 근본적 자유를 방어하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했다. 시위에는 가족 단위로 온 이들, 함부르크 같은 독일 다른 지방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시위대가 흔드는 깃발 중에는 독일 여러 주 깃발이 보였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베를린에서는 지난 1일에도 코로나19 방역 조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2만여명이 참가했다. 베를린시 당국은 1일 시위 때 참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은 점을 근거로 29일 집회를 금지했다. 그러나 베를린 행정법원이 시위 하루 전날 “집회 주최 쪽이 주기적으로 참가자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상기시키는 등의 조처를 하는 조건”으로 집회를 허가했다. 하지만 시위 당일 참가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베를린 경찰은 “더이상 방법이 없다”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2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규제 조처를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같은 날 프랑스 파리, 스위스 취리히, 영국 런던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날 열렸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는 수천명이 모여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짓말” “사기”라고 외쳤으며, 취리히에서는 1천여명이 모여 “의료 독재에 끝장을” “마스크는 재갈”이라고 외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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