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0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60살 이상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신뢰는 모든 의심과 모든 사례를 들여다본 지식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독일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당분간 원칙적으로 60살 이상에게 접종하기로 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각) 16개 주 보건장관과 긴급회의를 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독일 <도이체 벨레> 등이 보도했다. 다만, 60살 미만이라고 모두 접종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60살 미만이라도 “개별적 위험 분석을 거쳐 의사의 판단하에” 접종할 수 있다고 <도이체 벨레>는 전했다.
독일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이들 중 드물지만 일부에게 혈액이 굳는 ‘혈전 현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독일 백신위원회(STIKO)는 이날 “백신위원회는 희귀하지만 심각한 혈전 부작용의 발생에 대한 자료를 근거로 60살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권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작용은 주로 60살 미만에게 백신 접종 후 4일에서 16일 후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 약품 규제 및 연구 기관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회차 접종한 270여만명 중 31명에게 뇌정맥혈전증(CVST·뇌의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뇌정맥에 혈전이 발생하여 뇌 기능 부전을 유발하는 질병)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31명 중 대부분은 20∼63살 여성이었으며, 2명은 36살과 57살 남성이었다. 사망자는 9명이 보고됐다.
앞서 지난 18일 유럽연합(EU) 내 의약품 평가 및 승인을 담당하는 유럽의약품청(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현상 위험성 증가는 전반적으로 연계성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의약품청은 “혈소판 감소와 관련한 매우 드문 혈전 현상과 관련되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백신 접종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던 독일은 접종을 재개했지만 이번에 다시 60살 미만에 대해 일시 중단했다. 독일 백신위원회는 다음달 말 새 권고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혀, 60살 미만 접종 중단이 계속될지는 다음달 말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혼란은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도 29일 드물지만 혈전 발생 가능성 위험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55세 미만에게는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유럽의약품청의 지난 18일 발표 전 내렸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일시 중단 조처를 발표 뒤에도 유지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