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주민이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2021-04-27
유럽연합(EU)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지연을 이유로 이 제약회사를 제소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럽연합의 제소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아무 도움도 안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달 말까지 유럽연합에 5천만 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연합의 백신 선구매 계약을 충실히 지켜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럽위원회(EC) 쪽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약속했던 백신 공급을 지연하는 등 계약을 위반했다”며 “아스트라제네카는 계약대로 제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과 아스트라제네카의 갈등은 지난 1월 아스트라제네카가 애초 예상됐던 백신 공급량을 크게 줄이면서 불거졌다. 당시 유럽연합 회원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고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6월 말까지 유럽연합이 기대한 3억 회분의 백신 중 3분의 1만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다툼의 핵심 쟁점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애초 계획된 백신 공급 일정에 맞추기 위해 모든 능력을 발휘했느냐 여부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대표 파스칼 소리옷은 “계약서는 우리가 제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생산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생물반응기에서 배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등 변수가 많기로 악명이 높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생산공장을 몇 곳으로 제한한 화이자나 모더나와 달리, 가난한 나라의 원활한 백신 공급을 염두에 두고 세계 각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서의 ‘최선의 노력’ 조항에 따라 유럽연합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약속한 백신 공급을 지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 조항이 아스트라제네카에 완전한 면책 근거가 되진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 계약은 유럽위원회가 위치한 벨기에의 법률에 구속되며, 재판도 벨기에 법정에서 진행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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