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비비시> 기자 마틴 바시어(가운데)가 2005년 3월 1일 미국 산타바바라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바시어는 당시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학대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산타마리아/AFP 연합뉴스
20여년 전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인터뷰하기 위해 거짓 서류를 이용했다고 비난을 받는 국영 방송 <비비시>(BBC)의 전 기자 마틴 바시어가 “다이애나에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고 우리가 해를 끼쳤다고도 믿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바시어는 23일(현지시각)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인터뷰에서 다이애나가 1995년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은 적이 없고 오히려 인터뷰가 방송된 뒤 다이애나가 셋째 아들을 출산한 자기 아내를 병문안 오는 등 서로 “친구”로 가깝게 지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가족과 나는 다이애나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앞서 비비시의 의뢰로 바시어의 1995년 다이애나 인터뷰 경위를 조사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최근 ‘바시어는 다이애나의 개인비서가 다이애나를 감시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처럼 조작한 은행서류를 이용해 다이애나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며 언론보도 준칙을 위반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론이다.
당시 바시어는 이 조작된 은행서류를 다이애나의 남동생 얼 스펜서에게 넘겨주며 다이애나 인터뷰 주선을 요청해 뜻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조사위원회는 밝혔다. 스펜서는 나중에 은행서류가 조작된 것을 알았으면 다이애나를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애나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 결혼생활에는 우리 셋이 있다”며 남편 찰스 왕세자의 불륜 사실을 폭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다이애나는 이듬해인 1996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했고, 다음해인 1997년 파리에서 파파라치를 피해 달아나다 서른여섯의 한창 때 교통사고로 숨졌다.
비비시의 다이애나 인터뷰 경위 조사결과가 나오자 아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스 왕자 등은 비윤리적 인터뷰가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독감을 더욱 부추겼”고 “결국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맹비난했다.
바시어는 윌리엄과 해리스에 대해 “깊이 미안하다”고 유감을 표했지만, 인터뷰가 다이애나의 편집증과 고독감 등을 부추겼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1990년대 초에도 이미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비밀리 녹음된 전화 통화내용들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시어는 “인터뷰와 관련해 우리가 한 모든 것은 다이애나가 원한 대로 이뤄졌다. 다이애나가 영국 왕실에 경고하고 싶었을 때부터 그 인터뷰가 방송됐을 때까지, 그 내용까지”라고 인터뷰를 변호했다. 그는 다이애나가 “아마 내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신뢰할 만한 경험 많고 유명한 기자와 인터뷰하는 것에 동의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시어는 “다이애나의 인생에서 일어난 다른 많은 일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의 결정을 둘러싸고는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다이애나의 동생 얼 스펜서 주장의) 동기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비극을, 왕실과 미디어 사이의 어려운 관계를 순전히 내 어깨에 올려놓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나보고 다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다만 바시어는 은행서류를 조작한 것에 대해선 “분명히 잘못이었다. 후회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 관계가 없다. 다이애나와 무관하고 인터뷰하고도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그 서류들은 자신이 다이애나와 이미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스펜서의 주장를 반박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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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26년 만의 사과…속임수로 다이애나 인터뷰 따내 “찰스 불륜”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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