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베네수엘라 등
유로화 투자비중 높여
달러 하락 압박할 수도
유로화 투자비중 높여
달러 하락 압박할 수도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이 보유 외환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는 외환 다변화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골람 호세인 엘함 이란 정부 대변인이 18일(이하 현지시각) “외환 거래에 유로화를 사용하고 국외 자산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도록 국영 중앙은행에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또 “석유판매 대금도 유로화로 받겠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도 석유수출 소득의 유로화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도밍고 마사 사발라 이사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359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와 금 비중을 1년 전의 95%에서 80%로 낮췄다”고 밝혔다. 대신 5%를 넘지 않았던 유로화 비중은 15%로 올라갔다.
아시아 산유국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미란다 고엘톰 수석부총재도 13일 399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빈 나세르 알-수와이디 아랍에미리트연합 중앙은행 총재는 249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8%를 언제 유로화로 바꿀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국제결제은행(BIS) 분기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들의 달러 보유 비중이 1분기 67%에서 2분기 65%로 낮아져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로화 비중은 20%에서 22%로 늘었다. 18개월 전 산유국들의 달러 비중은 70%를 웃돌았다.
이런 움직임은 당장 외환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 동향분석팀 신성우 과장은 “전세계적 무역 불균형의 심화로 미국의 경상적자가 늘어나면서 달러화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산유국들이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달러화가 떨어지면 자국 달러화 자산의 평가손이 늘어나기 때문에 표나게 추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산유국들의 외환 다변화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 오펙 회원국들은 1~2분기 6320억달러의 달러 예금 가운데 1%도 안 되는 53억달러를 유로화 등으로 바꿨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산유국들의 유로화 자산 비중이 불과 22%로, 약 3분의 1인 전세계 평균에 비해 상당 폭 낮은 점을 지적하며 산유국들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러화 자산을 유로화로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올해 유로화에 비해 9.5% 떨어진 달러화 하락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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