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식료품 가격
옥수수 콩 우유 쇠고기 등 인상률 30년만에 최고치
바이오연료 급성장 여파…저개발국 빈곤층 끼니 걱정
바이오연료 급성장 여파…저개발국 빈곤층 끼니 걱정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식품 가격표를 보고 한숨짓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전세계적 풍경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식품 소매가격 인상률이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전세계가 유례없는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과 식량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번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올 1분기 미국 식품 가격은 6.7% 올라 198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영국 식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2.8%를 훨씬 웃돌았다. 중국에선 7.1% 상승을 기록했고, 인도에서도 10% 이상 올랐다. 모건스탠리의 통계에서 1분기 옥수수 현물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86%, 우유는 22.5%, 콩기름은 32%, 코코아는 16%, 커피는 23.5% 올랐다.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은 농작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연료 산업의 급성장이다. 여기에 중국, 인도 등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식품 수요 급증과 농산물 공급 부족, 투기자금 가세, 기후 변화, 고유가로 인한 곡물 수송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미국에선 2008년까지 전체 곡물 생산량의 30%를 에탄올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브라질에선 이미 바이오 에탄올을 주요 차량 연료로 쓰고 있다. 노르웨이에선 집권 중도좌파 소속 의원들이 바이오 연료를 섞지 않고 휘발유만 사용하는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유피아이>(UPI)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바이오 연료 생산에 엄청난 곡물이 쓰이면서 사료용 밀, 옥수수 가격이 급상승해 우유, 쇠고기, 닭고기, 계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도이치방크의 식품 분석가 존 파커는 “현재의 식품 가격 인상은 구조적 현상이어서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곡물부터 식용유까지 전 분야에서 동시에 가격이 급등하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계가 앞으로 18개월 동안 ‘유례 없는 식량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저개발국의 빈곤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원자재 조사 책임자인 제프리 쿠리는 “증가하는 식품 수요에 맞춰 생산을 늘리려면, 경작지를 계속 확대해야 하지만 농경지 값도 비싸져 비용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품 기업들은 원료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거나 용량을 줄이고 성분을 바꾸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다. 초콜릿 제조회사 허시는 이달 들어 ‘우유 가격’ 상승 때문에 예상수익률을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니레버는 최근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마가린에 들어가는 유채씨 기름량을 줄였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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