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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유럽연합이란 빌딩 원래 금가있었다
빌딩 크게 흔들리면 무너져 내릴수도”

등록 2011-12-05 21:39수정 2011-12-07 11:54

소피 판호나커르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
소피 판호나커르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
인터뷰/ 소피 판호나커르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
“같은 화폐 쓰면서도
세금·예산 지출 등
재정정책은 각국에 맡긴
마스트리흐트조약 탓”
유럽통합사를 전공하는 소피 판호나커르(사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는 “금이 간 빌딩을 받쳐줄 무엇이 필요한데 지금 그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유럽 위기의 심각성을 표현했다. 그는 “사실 유럽연합이라는 빌딩에는 원래 금이 가 있었는데 호황기에는 안보였던 것뿐”이라며 “빌딩이 크게 흔들려 틈이 더 벌어지면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판호나커르 교수도 다른 다수의 전문가들처럼 유로를 중심으로 통합된 유럽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배경에 있다고 진단했다. 세금을 거두거나 예산을 지출하는 등의 재정정책을 전적으로 17개 유로존 국가들의 수중에 남겨놓은 ‘마스트리흐트 체제’의 한계를 지금 목격하고 있다는 말이다. 같은 화폐를 쓰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 건전성 문제는 각국 정부가 알아서 하게 놔둔 게 모순을 일으켰다는 게 ‘통화-재정 정책 일치론’의 입장이다. 유럽 통합을 마땅찮게 여기는 이들도 마찬가지의 논리를 근거로 민족국가 중심의 과거로 돌아가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유럽은 이런 문제를 예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판호나커르 교수는 장밋빛 전망에 눈이 멀어 대부분이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통합돼 상품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시장이 확대되면 부유해진다니까 다들 마스트리흐트조약에 찬성했다”며 “재정 통합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재정 부실로 유로존은 물론 세계경제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원망할 일만도 아니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자는 안정·성장협약을 무시하니까 그리스도 무시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로존 국가들 중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 밑으로 유지한 나라는 소국인 룩셈부르크(1.1%)와 핀란드(2.5%)뿐이었다. 유럽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재정이 건실하다는 독일도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가 4.6%에 달했다.

판호나커르 교수는 “1930년대의 위기와 비교하는 말들이 많은데, 이번 위기는 단순히 경제위기가 아니라 유럽의 정체성의 위기”이기 때문에 문제를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인들은 이제 ‘유럽은 어디로 가야 하나’, ‘통합으로 더 나아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 ‘연합을 강화할 것인가 정부간 연합체에 만족할 것인가’ 따위의 질문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는 말이다.

판호나커르 교수는 “우리는 너무 많이 와있다”며 유로존이나 유럽연합의 완전한 붕괴는 자신의 전망 속에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60여년 동안 유럽의 통합을 강화시켜온 경제가 유럽연합의 와해를 ‘용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유럽연합 전체와 그 속의 부분집합 같은 유로존의 경우처럼 여러 그룹들 사이에서 통합의 정도가 벌어지는 수준의 분열은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스트리흐트/글·사진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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