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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프-독 서로 마땅찮고…‘유아독존’ 영국에 불만 고조

등록 2011-12-05 21:45수정 2011-12-07 11:53

출구 안보이는 유로존 위기에 ‘네탓 공방’
유럽연합 설문 ‘신뢰안한다’ 대답 더 많아져
유럽연합의 수도 격인 벨기에 브뤼셀의 민간연구기관 유럽정책센터는 지난 10월 ‘독일은 아직 괜찮은 유럽 국가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유럽 제일의 경제대국인 독일이 머뭇거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불만에 착안한 토론회였다. 사회자는 “독일은 협소한 경제적 이익에만 기반해 유럽 문제에 접근해왔다”는 문제제기가 있다고 전했다.

독일 쪽 참가자들은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 녹색당 소속 연방하원의원 게르하르트 시크는 “독일 정부의 국내정치적 고려 때문에 유럽재정안정기금 확충 등의 결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영국은 그리스 문제를 유럽연합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국가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금융 반대론을 펴온 마르쿠스 케르버 베를린기술대 교수는 “‘괜찮은 유럽 국가’의 기준은 누가 정하냐”고 반문한 뒤, “독일 없이는 구제 조처가 불가능한 것에 신경이 예민해진 프랑스가 그런 질문을 한다”며 프랑스가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2차대전 뒤 지나친 부담을 진 독일이 이제는 “보통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유로존 위기에 유럽은 ‘네 탓 공방’에 빠졌다. “유럽연합이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유로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며 단결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유럽은 통합의 역사를 부정하는 분열적 분위기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유로존의 중심인 독일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비판도 상당하지만, 유로존 밖에 있으며 전통적으로 유럽 통합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온 영국이 가장 심상찮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영국 보수당 지지자의 64%가 유럽연합 탈퇴를 원했다. 지난 10월 하원에서 부결(483표 대 111표)되기는 했지만 유럽연합에 계속 남을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유럽경제공동체(EEC) 탈퇴 여부를 물은 1975년의 국민투표 이후 36년 만의 시도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달 14일 “(유럽 통합 강화라는) 유토피아적 전망에 의문을 품어야 할 때”라며 유럽연합에 넘겨준 정부의 권한들을 되찾아올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유럽 엘리트들은 영국에 대한 불만을 더는 억누르지 못하겠다는 식이다.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캐머런 총리의 발언 전날 영국 <업저버> 기고문에서 “가장 머뭇거리는 회원국(영국) 때문에 유럽 통합이 더는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며 “(영국은) 함께 전진하든가 분열의 위험을 감수하든가 선택하라”고 경고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늘 미국과 유럽의 중간에 서려고 하는 영국의 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만과 불신의 확대는 전유럽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유럽연합 집행위가 실시하는 유로바로미터 조사에서 처음으로 “유럽연합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신뢰한다”는 대답보다 많았다. 동유럽 나라들에서 긍정적 여론이 우세했던 반면, 3대 강국인 영국·독일·프랑스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더 많았다.

유럽 통합 반대론자들의 공격이 본격화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표현했다. 극우 정당들이 선전하는 것에도 경제위기나 유럽 통합에 대한 반대가 배경에 있다. 유럽정책센터는 유럽 통합에 우호적이던 공무원과 교사를 비롯한 중산층이 재정위기로 일자리를 잃으며 타격을 입고 있는 게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부상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통합에 비판적인 이들은 옛 소련의 약자(USSR) 앞에 유럽연합(EU)의 앞글자를 붙여 ‘EUSSR’이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지난 9월에는 네덜란드와 핀란드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솅겐조약 참여에 반대해, 약속됐던 두 나라의 가입이 보류되기도 했다. 유로존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0.2%에 이르렀을 때였다. 동프랑크(독일 지역)와 서프랑크(프랑스 지역)의 분열 이후 1100여년이 흘러 유럽을 지리적으로 재통합하고 있는 솅겐조약은 유로와 함께 유럽 통합을 상징한다. 누구나 하나된 유럽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변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열의 흐름 속에서 유로와 함께 솅겐조약도 도마에 올랐다. 브뤼셀/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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