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330만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7일 미국 라스베가스의 원스톱커리어 센터 앞에서 실업급여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미국의 ‘실업 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330만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982년보다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28만3천건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기존 최고치는 오일쇼크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폈던 1982년 10월2일의 69만5천명이다. 이번 수치는 지난주 발표(28만1천건)와 비교해도 무려 12배 늘어난 것으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100만~200만건에 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실업수당 신청이 급증한 것은 미국 뉴욕주를 비롯해 다수 주가 ‘자택 대피령’을 내려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하면서 항공·호텔·외식업계 등에서 해고가 늘어나 실업급여 청구 대란 또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미국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엔비시>(NBC) 뉴스 ‘투데이 쇼’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마도 경기침체에 들어간 것 같다”며 “연준은 코로나19로 인해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침체는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이상 연속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정의하는 말인데,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 경제가 나중에 판정될 그 기간의 특정 부분을 지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연준은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곳에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하겠다. 실탄(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수단)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