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만달러 선을 돌파하며 최고가 경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6일 2만달러를 돌파한 지 약 보름 만이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 집계를 보면 지난 3일(한국시각) 기준 비트코인 가격 최고치는 3만4544달러(약 3739만원)를 기록했다. 4일 저녁 7시 현재 최고가 대비 10.3% 내린 3만1천달러 부근을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3945만3천원까지 올랐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4일 하루에만 30% 넘게 오르며 개당 가격 1028달러(약 111만원)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1천달러를 넘은 것은 2018년 1월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판은 비트코인의 독주에 가까웠다.
암호화폐 가치 급등의 원인은 역시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록적인 비트코인 상승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시중에 풀었던 돈들이 과잉 유동성과 법정통화 가치 하락을 불러오면서 시작됐다.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전례 없는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1년 새 가격이 295% 상승했다.
과잉 유동성은 올해에도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말 제로금리 상태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발 경기 침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풀어놓은 유동성을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동결이지만 정부 재정정책 등을 고려하면 미국은 이미 추가 유동성 공급을 시작한 상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해 12월29일 자신의 트위터에 “9천억달러(약 981조원) 규모 코로나19 경기부양책에 따라 개인들에게 주어지는 600달러 현금 지원이 오늘 밤부터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돈은 개인 계좌에 직접 입금되며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코로나19 지원금 중 일부가 연초 주말 사이 ‘비트코인 3만달러 돌파의 연료’가 되지 않았겠냐는 분석도 나왔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매집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온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크립토퀀트 자료를 보면,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이번 가격 급등 직전에 약 6만개의 비트코인(약 1조9천억원어치)이 장외거래된 정황이 포착됐다. 장외거래는 시세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대량의 암호화폐를 매수하려는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다. 크립토퀀트는 “기관투자자들이 장외거래 방식으로 꾸준히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계속되리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거품”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경제 컨설팅 업체인 로젠버그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대표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가장 큰 거품이 끼어 있는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환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heandie@coindeskkorea.com